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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잡기와 벌칙금(장명수 칼럼: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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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잡기와 벌칙금(장명수 칼럼:1716)

입력
1994.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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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여름 피서지에 다녀 온 사람들중에는 피서지를 뒤덮은 쓰레기더미와 무질서에 화가 나서 피서는 커녕 더위만 먹고 왔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많다. 피서지뿐이 아니다. 고속도로 주변에는 자동차를 타고가는 사람들이 던진 쓰레기가 수북하고, 어디서든 취사도구를 벌여 놓고 음식해 먹는 버릇도 여전하다. 취사가 금지된 산에서 아직도 고기를 굽고 찌개 끓이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한강공원이나 탄천등의 산책로에 갈때마다 시민세금으로 이만한 휴식공간을 갖게된 것에 깊이 감사하게 되지만, 대부분 기분이 상한채 돌아오게 된다. 곳곳에 쓰레기통이 있고,관리인들이 늘 청소를 하는데도,여기저기 소주병·과자봉지·과일껍질등이 뒹굴고 있다. 시민공원에 쓰레기를 버리는 시민들… 우리가 이 정도밖에 안되는지,언제쯤 나아질 수 있을지, 절망하곤 한다.

 정부는 이런 기초질서 위반행위들을 뿌리뽑기 위해 벌칙금을 크게 올릴것을 검토하고 있다.휴지나 담배꽁초등 오물투기·자연훼손·불법 주정차·금연장소 흡연·보행질서 위반·갓길 운행등의 벌칙금을 모두 5만원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한다.벌금을 올려서라도 무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에는 대부분의 국민이 찬성할 것이다.

 그러나 철저한 단속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무거운 벌칙금도 소용이 없다. 지금도 벌칙금이 가볍다고 볼 수는 없다.오물투기 2만5천원,산림취사 3만∼10만원, 자연훼손 2만5천원등 벌칙금이 규정돼 있지만 단속이 미치지 못하여 효력이 없는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쓰레기를 내버리는 차량들에 일일이 2만5천원씩 벌칙금을 매긴다면 당장 쓰레기가 줄어들 것이다.

 질서잡기라면 으레 싱가포르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시아를 여행하다가 싱가포르에 도착하면 온 나라를 금방 대청소한 것처럼 깨끗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깨끗할뿐 아니라 가는 곳마다 질서가 정연하여 싱가포르라면 누구나 안심하고 여행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한 청결과 질서는 싱가포르에 대한 호감뿐 아니라 신뢰를 높여준다.

 싱가포르의 질서잡기에는 철저한 단속과 무거운 벌금, 두말 못하게 하는 무서운 독재의 위력이 있었다. 그 어떤 나라도 벌금등의 무거운 처벌 없이 질서를 세운 나라는 없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단속과 불이익이 두려워 질서를 지키는 사이에 모두들 질서를 지키는 분위기가 정착되고, 그렇게 되면 질서가 그런 분위기속에 질서의 편리함을 깨닫게 되는것이 일반적인 순서다.

 정부가 벌칙금을 올려서 질서를 잡겠다는 생각을 했다면 철저한 단속방안을 함께 세워야 한다. 방대한 단속 인원을 어떻게 확보할것인지, 대책은 없이 벌칙금만 올린다면 또다시 법은 있으나마나로 돌아갈 것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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