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용 마약 중독확률 “천명에 1명” 뿐/“인고는 미덕 아니다”인식 절실 중독에 대한 막연한 공포 때문에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말기환자들의 통증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말기 암환자나 중증 화상환자가 겪는 통증은 수술 후 일시적으로 생겼다 없어지는 급성통증과는 크게 다르다. 급성통증은 원인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시간이 흐르면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지만 암 때문에 겪는 만성통증은 죽기 전에는 없어지지 않을 것처럼 끝이 없어 보인다.
또 통증은 환자에게 우울·분노·공포등 정신적 고통도 야기한다. 그러나 대다수 말기만성통증환자들은 통증조절을 위한 마약처방이 중독을 일으킬 것이란 두려움 때문에 이를 거부하며 의사들도 마약 내성을 이유로 마약사용을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최근 한국가톨릭호스피스협회 초청으로 내한한 세계보건기구(WHO) 암통증완화팀장 얀 슈테른베르트박사는 『통증완화 치료만큼 말기 암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없다』면서 『엄청난 고통을 견디는 것은 결코 미덕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의사들이 통증완화를 위해 사용하는 약물치료는 3단계 투여방식을 거친다. 제1단계는 타이레놀(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 2단계는 코타이레놀(코데인+아세트아미노펜) 3단계는 엠에스콘틴(경구용 모르핀)이나 모르핀 정맥주사이다. 1, 2단계는 비마약계 진통제이고 3단계부터 마약계 진통제로 말기암환자의 경우 실상2단계로는 효과가 거의 없는 편이다.
따라서 말기 암환자들의 격렬한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마약처방이 불가피하다. 서울대병원 김노경박사(내과)는 『치료용으로 쓰이는 마약이 중독을 일으킬 확률은 1천명에 1명꼴 정도로 희박하다』고 말한다. 치료지침에 따라 마약사용량을 조절해 나간다면 의존성이 될 확률은 거의 없다는 것. 만약 통증이 줄어들어 마약을 끊을 경우 서서히 마약복용량을 감소시켜 나가면 금단증상 없이도 충분히 약을 끊을 수 있어 통증조절을 위한 마약투여를 결코 겁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이상철박사(마취과)는 『환자에게 모르핀을 처방할 때 의사들은 보통 차트에 PRN(요구에 따라서)이라고 기록하는데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호스피스전문가들의 대원칙은 통증이 나타나기전 미리 진통제를 써 환자의 통증을 전혀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강남성모병원 이경식박사(내과)는『최근 각 병원마다 통증치료실, 통증클리닉이란 이름으로 말기환자의 통증완화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으나 아직까지 전문인력조차 태부족인 실정』이라고 말했다.【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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