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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 문제」 세계음악계로 확산/불 바스티유단원 파업선언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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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 문제」 세계음악계로 확산/불 바스티유단원 파업선언 파장

입력
1994.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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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음반사도 녹음계획 취소 밝혀/개막공연 무산땐 사태 더꼬일듯 정명훈씨와 프랑스 국립오페라(바스티유오페라)의 싸움은 오페라측이 정씨의  출근저지에 나서고 오페라단원들이 이에 반발, 연습거부 및 파업을 선언하고 나서 갑자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증폭되고 있다. 정씨 문제는 이제 프랑스와 한국은 물론 세계 음악계에까지 파문을 불러일으키게 된 셈이다.

 당초 정씨의 싸움은 지난 달 29일 파리 지방민사법원이 정씨가 오페라측을 상대로 낸 지휘자 교체등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임으로써 일단 본안 소송으로 들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오는 2000년까지로 돼 있는 정씨와 바스티유오페라의 계약유효 여부를 다루게 될 본안 소송이 3개월∼1년 정도 걸릴 것을 감안하면 법원의 최종판결까지 정씨의 지위는 계속 유효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그러나 법원의 결정으로 정씨가 일단 바스티유오페라의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의 자리를 유지하게 됐는데도 오페라측이 이 결정 다음날인 30일 정씨의 출근을 물리력으로 저지함으로써 사태는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뒤틀리기 시작했다. 

 오페라측이 정씨의 출근을 저지한 바로 이날 오페라의 오케스트라단원들이 정감독이 지휘하지 않을 경우 새 시즌 개막공연작품인 베르디의 「시몬 보카네그라」의 연습을 거부한다고 선언함으로써 사태는 더욱 확산됐다. 여기에 세계적인 음반제작회사인 독일의 도이치 그라모폰사가 정감독이 없는 상태에서는 바스티유오페라와의 모든 녹음계획을 취소한다고 밝혀 파문은 세계 음악계로 번져나간 셈이다. 일각에서는 한국과 프랑스의 외교적 갈등 가능성까지 운위하고 있다.

 오케스트라단원들의 파업이 실제로 이루어질지는 아직 좀더 두고봐야 한다. 여름휴가가 끝나는 오는 5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원들이 출근하게 돼 있는 만큼 파업을 시작한다 하더라도 5일 이후에야 현실화될 수 있으므로 그동안 어떤 변수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점 때문에 31일 하오(현지시간) 파리 지방민사법원에서 있을 긴급대질 공판결과가 주목되는 것이다.

 오페라측 노조간부들에 의하면 전체단원 가운데 30%가 정씨 입장에 동조하고 있으며 35%정도는 중립성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업이 실행되면 시즌 첫 개막공연인 오는 19일 공연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명예가 떨어질대로 떨어진 오페라측과 정씨와의 싸움은 예측할 수 없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

 우선 한 음악가와 한 오페라단의 입장충돌 정도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보던 음악계등 세계언론의 관심이 새삼 집중될 것이다. 상황변화에 따라 양측의 공방전이 가열되는 과정에서 정씨도 본의 아니게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그는 줄곧 공연작품·가수·객원지휘자 선택등 음악감독으로서의 예술적 권한을 박탈하려는 오페라측의 요구는 자신에 대한 모독이라는 점을 강조해왔고 지금까지는 그의 이러한 순수한 동기가 싸움의 본질을 이룬 것으로 보였으며 세계 음악계로부터 긍정적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사태가 첨예화되면 오페라측이 정씨에 대한 신상공격을 훨씬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사안의 본질은 흐려지고 표면적인 「치고받기」만 부각될 우려가 크다.

 여하튼 정씨는 음악인으로서의 명예를 위해 외롭게 투쟁을 하는 셈이다. 이럴 때 그의 모국인 한국과 한국인들의 성원은 큰 격려가 될 것이라는 점은 새겨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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