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붕괴시 통합계획 골자 등 공개/「당중심 집단체제」가능성 설명도 갑작스러운 통일에 대비하는 작업에는 돈이 든다. 북한의 정세가 불투명해지고 정부가 이에따른 대책을 마련하면서 국회와의 일체감을 만들기 위해 새삼스러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통일원은 3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국회 외무통일위원을 초청한 워크숍을 하오10까지 8시간에 걸쳐 비공개리에 개최했다.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한 통일원주최 워크숍이 처음은 아니나 이번은 그 밀도가 예전과 다르다는 통일원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우선 과거 워크숍이 의원들의 질문에 당국자가 답변하는 형태로 일관, 국회상임위를 호텔로 장소만 옮겨놓은 것과 같았던데 비해 이날 워크숍은 이홍구부총리와 송영대차관을 비롯한 통일원 실국장들, 의원10명과 전문가등 참석자들이 모두 원탁에 둘러앉는 식으로 국회측의 정책제안을 적극 수용해 보겠다는 자세로 회의가 짜여졌다. 통일원의 담당부서에서는 당일 아침까지도 논란이 있었을 정도로 의원들에게 공개할 정보의 수준도 높였다.
이에앞서 통일원이 8월중 일본의 핵시설과 중국, 베트남의 개방사례를 시찰키 위해 자체예산으로 외무통일위소속 의원들 3명과 전문가로 조를 짜 해당국을 직접 다녀오게 한 것도 전례없는 일이다.
통일원이 이처럼 국회측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애쓰는 것은 현재 추진중인 대북정책이 북한 경수로 지원을 비롯,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대비등 모두 행정부 단독으로 추진할 수는 없는 성격의 문제들이기 때문.
최근 김영삼대통령이 『예측할 수 없는 통일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시한 이후 통일원은 기존의 대책안을 새로 보완한 「급변사태 발생시 통합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갑작스럽게 붕괴, 불가피한 통일이 도래한 이후 북한사회를 우리측에 동질화하고 관리하기 위한 「통합」계획이다. 정부2급비밀인 이 계획이 이날 워크숍에서 전면공개되지는 않았으나 토론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골자가 의원들에게 설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정세를 평가하는 통일원의 시각은 김정일로의 권력승계는 일단 이루어질 것이나 그 후 체제를 유지할지 여부는 미지수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동안 북한측에서 나온 여러가지 조짐들중 통일원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지난24일 노동신문이 「위대한 혼연일체」라는「정론」을 게재, 권력승계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됐음을 선언한 것. 당기관지인 노동신문이 사설, 논평등의 기사형태가 아닌 정론을 발표하는 것은 드문 일로 당의 최상층부 결정에 의해 나오게 되는 것이 통례다. 북한에서 김일성사후의 혼란은 이 정론이 발표된 시점에서 정리가 된 것으로 통일원은 보고 있다.
그러나 일단 김정일체제가 출범한 이후 안정성을 유지할 지 여부를 의심스럽게 하는 조짐들도 여러 경로들을 통해 확인된 것으로 설명됐다. 우선 지난25일 인민문화궁전에서 개최된 「김정일노작 발표 20돌 기념 보고회」가 실제 기념일(8월2일)보다 20여일이나 지연돼 열렸는가 하면 노동신문 정론을 비롯한 보도태도가 1인통치가 아닌 당중심의 집단지도체제를 암시하는 방향으로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경수로지원에 필요한 자금염출은 물론 김정일체제 붕괴에 대비한 통합비용등에 대해서 국회의 정식 동의를 받는 절차는 일단 피해보겠다는 입장이나 워크숍등의 행사가 이같은 절차를 대신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같다.【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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