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초세 등 86건 위헌성결정 내려/“정치적 사안엔 소극태도” 비판도 헌법 재판소는 31일 자치단체장 선거 연기에 관한 헌법소원을 2년여만에 『헌법 재판대상이 아니다』며 각하하는등 이달 중순 재판관 7명의 임기만료를 앞둔 「헌재 1기」의 마지막 선고를 했다.
헌재는 『정치 권력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던 당초 우려와는 달리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헌법 수호에 큰 업적을 남겼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헌재는 그간 2천2백71건의 접수 사건중 1천8백58건을 처리하면서 위헌 68건 헌법불합치 5건 일부위헌 8건 한정위헌 5건등 86건에 대해 위헌성 결정을 내렸다. 이는 과거 「권력의 시녀」역에 머물렀던 헌법위원회가 단 한건의 위헌결정도 내리지 못한데 비해 괄목할만 한 것이다.
그러나 토지초과이득세법등 국민의 재산권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과는 달리 정치적 사안에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헌재는 이날 마지막 선고 결정에서도 단체장 선거연기에 관한 헌법소원을 본안심리조차 않은채 각하, 이같은 태도를 확인케 했다.
헌재는 소원각하 이유를 『지방자치법등이 이미 개정돼 심판의 이익자체가 없어 헌법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선거일이 법정화돼 「동종 행위」가 반복될 위험이 없고, 헌법적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는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헌재의 결정이유는 헌재가 92년 3월 피수감자의 변호인 접견시 교도관 입회관행에 대해 『이미 침해된 권리를 회복할 수 없게 됐더라도 유사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상징적으로라도 위헌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밝힌 것과 모순되는 것이다.
헌재가 반복될 위험이 있는 「동종 행위」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 점도 설득력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된다. 이 사건의 판단대상은 단순한 「선거일 공고의무 불이행」이 아니라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법률준수의무 위반행위」로 봐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적이다. 피청구인측의 반론도 『선거연기조치는 대통령의 통치행위로 법적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헌재는 「통치행위」부분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헌재는 이 사건에 대해 당초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이례적으로 변론공판까지 열었다. 하지만 결국 그 사이 지방자치법이 개정된 사실을 들어 『판단의 실익이 없다』고 함으로써 『법 개정을 기다려 고의로 심리를 지연시켰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최근 법조계에서 대통령과 대법원장 및 국회가 각각 3명의 재판관을 선출하는 헌재 구성방식을 바꿔 공개 추천기구를 통하거나 국회의 검증과정을 거칠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헌재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다.【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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