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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순「고독의 이미지」외 4편/김선학 문학평론가·동국대교수(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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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순「고독의 이미지」외 4편/김선학 문학평론가·동국대교수(시평)

입력
1994.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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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서 건져올린 투명한 시어시인은 절망한다. 자신과 세계,삶과 현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언어에 절망한다. 살이 찌고 느긋한 포만감 속에 행복한 웃음을 입가에 달고 있는 시인을 상상할 수 있는가. 왜 시인은 항상 깡마른 모습, 고뇌하는 얼굴로 떠올려지는가. 시인은 절망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자신과, 경이로운 세계와, 절망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새로운 언어를 찾아 언제나 몸부림치기 때문이다.

시인의 끊임없는 절망과 몸부림은 일상을 넘어선 자리는 범인의 생각이 미치지 못한 새로운 세계다. 시인이 쓴 시 속에는 시인이 찾아낸 미지의 세계가 있다. 시를 읽는 평범한 사람들은 놀라움과 감탄으로 이 세계에서 눈뜸의 희열을 맛본다. 시가 읽는 사람에게 안겨주는 감동이다.

박상순은 「문학과 사회」(가을호)에 발표한 5편의 시에서 절망하는 시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고독」이라는 말로 자신에게 절망하는 모습을, 「컵속의 폭풍」혹은 「길없는 마을」이란 언표로 삶과 현실에 대해서 절망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몸부림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절망적인 시인의 모습은 박상순이 언어에 절망한 것의 구체적 태도를 통해 전혀 다른 분위기로 다가온다.

박상순의 시어들은 투명하다. 질척거리는 산업사회, 공해로 파괴되고 멍든 환경, 물신주의와 자본 만능, 과학 우세, 도시화와 속물주의 상황을 건져 올리는 뒤틀리고 복잡하고 관념적인 언어숲에서 뛰쳐나온 결과다. 시어의 투명성은 그래서 문득 명경같은 속성을 가지게 한것으로 보인다.

<고독의 이미지> , <빵공장으로 통하는 철로로 부터 22년 뒤> 는 대화체로 엮은 시다. 그것은 시인 자신의 회한과 절망을 통해 그것을 뛰어넘는 낙천적인 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절망을 전혀 다른 분위기에서 느끼게 하는 원인이다.

『인연이에요.사막에 가보았어요. 아주 넓은, 아니 광막한 미국에서요. 나도 몇번쯤은 밤새워 울었어요. 당신도 그렇지요. 인연이에요.』(<고독의 이미지> 에서).압축과 비약을 통해 「고독」의 실체를 「인연」과 「사막」 그리고 「울음」으로 투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어떤경우에는 <길없는 마을에서 시작함> 이라고 제목하여 절망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투명하지만 강하게 제시하기도 한다.

박상순이 절망을 투명한 언어로 건져 올린 5편의 시들은 유니크하다. 이 독특함이 시인 자신의 절망에 너무 주저앉아버린 감을 떨칠 수 없는 이유은 무엇인가. 자신의 절망을 굽이치는 역사의 질곡 혹은 현실의 소용돌이와 조우시킬 수 없겠는가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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