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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쌀/유주석(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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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쌀/유주석(메아리)

입력
1994.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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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에서 오래 산 사람들의 눈에, 같은 동포이면서도 서울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얼굴표정과 기세는 기가 질릴만큼 사납게 비친다고 한다. 외국인이나 교포가 아니더라도 그런 생각은 해외여행지에서 만나는 낯선 한국인들 서로간에도 문득 느껴 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사귀고 보면 정이 깊지만 대체로 우리 한국인들의 말이나 표정, 행동은 아무래도 거칠다는 느낌이다. 가뭄과 지독한 더위, 태풍, 폭우가 이어지는 날씨탓으로나 돌릴까, 조급하고 거친 우리들의 성정이 요즘 더욱 두드러진다. 인정 미담은 듣고 보기가 어렵다. 신문 사회면 기사에서 눈물이 없어졌다는 소리는 이미 오래됐다. 자식이 부모를,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세상이다. 공중전화를 오래 쓴다고, 택시를 새치기해 탄다고 불문곡직 칼을 휘둘러 사람을 해친다.

 시정 잡배도 아닌 지도층 인사들의 말과 행동도 사납고 험하기는 다를 것이 없다. 의정단상에 불려 나온 공직자를 향해 국회의원의 말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말 아닌 말의 테러가 버젓하다.

 대학의 스승이 자식같은 학생들을 오도하는 그릇된 사상을 이성으로 비판하여 잘못을 깨우쳐 주기보다 증거없는 주먹구구식 숫자를 들이대며 발본색원하라고 공안당국을 몰아 세운다. 실정법이 있고, 그것을 집행하는 공안 수사기관이 시퍼렇게 일하고 있는데 이들은 다 직무유기를 해왔다는 말인지. 그의 발언을 용기있는 행동으로 생각하고 지켜 보던 많은 사람들이 「경각심」만을 앞세워, 개인적인 견해와 구체적 현실속의 사실들을 혼동한채 사납게 쏟아 놓는 그의 계속 되는 발언에 당혹하고 있다. 생명을 아끼는 온유한 얼굴은 어디에 있는가.

 책임을 지지 않는 폭력적 언어, 불량품 언어의 범람을 보며 나라사랑은 말보다 작은 실천이 더 값지다는 평범한 말을 떠올리게 된다. 「사랑의 쌀 저금통 갖기운동」 (8월29일자 본보31면)은 이런 때 절실한 의미로 가슴에 다가든다.

 보릿고개가 있던 가난한 시대 우리 어머니, 할머니들은 성미를 모았다. 매끼 밥을 지을때마다 한가족이 먹기로 정한, 배불리 먹기는 틀린 적은 분량의 쌀에서 식구들 수만큼 한수저씩을 덜어내 모으는 것이 「성미쌀」이었다. 쌀이 좀 여유가 있거나 귀찮다고 며칠분을 한번에 덜어내다가는 야단이 난다. 집안에 급한 일이 있을 때를 대비해 비상금을 저축하는 셈이었지만 한수저씩을 모으는 정성에 더 큰 의미를 두던 그때 어른들의 태도는 지금도 새길만하다. 『사랑의 쌀 저금통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으로 통일을 준비하고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창구가 될것입니다』 한국일보와 사랑의 쌀 국민운동을 공동주관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신성종목사의 말이다. 험한 말로 애국을 떠들기보다 사랑의 쌀 1인1저금통갖기운동에 동참하는 작은 실천이 더 장하다.<생활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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