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협상주도에 비주류제동/당권다툼 등 얽혀 내홍깊어져 수면하에서 급템포로 추진되던 야권통합이 공론화되면서, 민주 신민 양당은 31일 본격적인 당내조율에 들어갔다. 통합작업은 속성상 은밀히 추진될 수밖에 없는데다 양당 모두 당내이해를 아직 조정해 내지 못하는등 통합을 위해서는 상당한 진통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그러나 야권통합은 그 자체가 명분을 지니고 있어 결국 야권통합의 현주소는 성패의 양날 위에 서 있는 조정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날 당무회의에서 야권통합문제를 본격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통합의 주도권을 놓고 주류와 비주류간의 힘겨루기가 은근하면서도 치열하게 펼쳐졌다.
이기택대표는 그동안의 추진과정을 설명하면서 은근히 통합의 당위성을 부각시켰다. 반면 비주류측은 통합의 명분에 동감을 표명하면서도 절차상의 문제점을 따지는 식으로 주류중심의 통합에 반격을 가했다. 비록 양측의 공방은 격식을 갖추면서 전개됐지만, 그 이면에는 통합후의 역학구도를 고려하는 계산이 긴박하게 엇갈렸다.
이대표는 『신민당에서 공동대표를 제의해왔고 서울시장후보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면서 『우리당에도 서울시장후보를 고려하는 분들이 있는만큼 확답할 수 없어 참고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실의원이 첫 발언에 나서 『신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림채정의원과 신기하총무도 『저쪽(신민당)의 통합의지가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공동대표제는 양당의 사정을 감안하면 어렵다』는 등의 견해를 피력했다.
또 신순범최고위원은 『지분이나 최고위원 숫자까지 보도되고 있다. 우선 부실지구당 정리등 당내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대표는 『통합은 당론이다. 그리고 통합은 상대가 있는만큼 양보를 전제로 해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비주류측을 겨냥했다.
○…신민당은 예정에 없던 최고위원간담회가 열리고 일부 지구당위원장들이 당사에 몰려와 지도부에 상황설명을 요구하는등 벌집 쑤셔놓은 분위기였다. 게다가 신민당은 양순직·한영수최고위원등 비주류 최고위원들의 요구에 따라 1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김동길공동대표의 사퇴서수리여부를 결정키로 해 9월 전당대회와 통합문제등으로 인한 내홍이 갈수록 깊어가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박찬종공동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 통합논의의 공론화와 전당대회일정준수 방침을 천명하며 내분수습에 나섰다. 박대표는 『국민적 수권야당이 창출돼야 한다』고 통합의지를 분명히 하면서도 이를 위한 각론에서는 민주·신민양당의 「복잡한」당내사정을 의식한듯 시종 말을 아끼는등 극도로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박대표는 『민주당이 통합방식과 내용에 대한 당론을 정해 공개제의하면 공식 협상에 임하겠다』고 강조하고 『지금까지 양당 실무협의에서 그쪽이 제시한 조건들은 민주당주류측의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민주당이 나와 신민당의 「통합후」를 보다 확실히 보장할 수 있는 당내여건을 우선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메시지로 풀이되었다.【이영성·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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