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발표 언제…” “신청 절차는…”/가족안위 우려 신분노출은 꺼려 불법체류중인 일부 북한국적동포들에 대한 정부의 영주귀국 허가방침이 보도된 후 본사에 동포들의 문의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모두가 안타까운 처지인 동포들은 『정부방침이 언제쯤 공식발표되느냐』 『영주허가를 얻으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느냐』고 애타게 물으며 법률적 도움을 얻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간청했다. 이들은 북한의 가족·친척들의 안위를 우려, 신분노출을 극구 꺼리고 있어 「분단 비극」을 실감케 했다.
중국 길림성 연변출신인 이명자씨(36·여·가명)는 『아버지가 길림성 친북조선동포단체의 고위간부』라고 밝혔다. 이씨가족은 88년 서울올림픽 당시 한국의 발전상과 민주적 체제를 확인하고 가족회의를 거듭한 끝에 『서울로 가자』고 합의, 영주귀국의 길을 찾아나섰다.
이씨가족은 여자가 비교적 처신이 자유로울 것으로 판단, 이씨가 먼저 서울에 가 한국국적을 얻어 가족들을 부르기로 했다. 92년 2월 이씨는 중국공안기관 직원에게 한화 4백만원의 뇌물을 주고 「이분자」란 중국국적 동포로 위장, 중국여권을 받았다. 그해 12월 입국한 이씨는 서울 남대문근처 식당에서 일하며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는 길을 모색했다.
그러나 이씨는 정부가 북한국적 중국동포들의 국적취득을 허용하지 않고 있고 성급하게 국적신청을 했다가는 신분만 노출돼 쫓겨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 자칫 연변에 있는 가족들의 신원까지 알려져 위험에 처할 우려가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이 때문에 이씨는 영주허가 신청조차 하지 못한 채 숨어 지내며 정부의 정책이 바뀌기만을 고대하며 식당에서 고된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정부가 저같은 사람들을 구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면 속시원하게 알려 더 이상 조바심하지 않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한편 지난 해 6월말 입국한 상해출신 조금숙씨(50)는 「충북 단양군 가곡면 보발리 737」로 돼 있는 아버지 조윤성씨(84)의 호적을 확인, 청주지방법원 제천지원에 취적신청을 내고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1940년 상해로 이주한 부친은 조국을 찾아가는 딸에게 40여년간 간직해 온 호적등본과 색이 바랜 옛 사진들을 들려 보냈다. 지난 해 추석 단양을 찾은 조씨는 『어릴 때 들은 아버지의 고향땅에 관한 기억을 마치 내가 어릴 적 경험한 것처럼 구석구석에서 되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씨는 사진 속의 아버지 친척들과 옛 친구들을 찾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찾더라도 『죽기 전에 고향땅을 밟고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는 아버지의 소원이 성취되리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고향을 찾으면 아버지는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을 것임을 조씨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영주귀국이 보장되지 않는한 아버지에게 『한국으로 나오시라』는 연락을 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여든이 넘은 노인이 한국에 왔다가 자신처럼 숨어 지내도록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장학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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