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파문제 등 확대해석 경계/교계 “결과적 박총장 지지” 인식 한국 천주교서울대교구(교구장 김수환)가 30일 박홍총장의 고해성사 비밀누설설과 관련해 발표한 성명은 천주교가 불가침의 전통으로 여겨온 고해성사의 비밀이 사회·정치적 문제로 비화됨에 따라 이에 관한 천주교의 입장을 단호히 정리, 문제가 더 이상 확대되는 것을 막고 교회의 권위를 지키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이 성명은 박총장의 발언이 교회법과 사제의 양심에 비춰볼 때 고해성사의 비밀이라고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면서도 서울대교구측의 입장은 이 성명이 결국 박총장의 주사파 관련 발언에 대한 지지로까지 확대해석될까 우려하고 있다. 일단 서울대교구측은 교회안팎의 이러한 확대해석 움직임을 단호하게 부정하고 있다. 단지 논란이 되고 있는 고해성사의 비밀 누설설에 대한 교회의 입장 표명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강조한다.
자신의 이름으로 성명을 발표한 천주교서울대교구 사무처 사무처장 염수정신부는 『이 성명이 단순히 박총장의 고해성사 비밀누설설에 대한 입장표명일 뿐 그 이상은 아니다』라며 유추해석을 단호하게 거부했다. 성명서에서도 『더 이상 고해비밀에 따른 시비로 2천년 전통을 지닌 교회의 명예와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설정한 신성불가침의 권위에 누를 끼치지 않기 바란다』고 그 동안 교회와 사회 일각에서 제기됐던 고해비밀의 누설설에 대해 불편했던 심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많은 교계 인사들은 90년대들어 가속된 한국천주교의 보수성향과 연관해 성명서가 결과적으로 박총장 지지로까지 인식되리라는 점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다. 천주교는 철저하게 교구독립제로 운영된다. 그러나 김수환추기경이 교구장인 서울대교구는 교세나 역사등 여러 면에서 한국천주교의 상징적 위상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이 성명이 담고있는 의미와 무게는 결코 서울대교구에 국한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예수회 소속인 박총장의 발언에 대해 이같은 성명을 낸 것은 모든 천주교 신부들은 소속이 다르더라도 지역별로 교구장의 관할권 안에 있는데다 천주교정의구현연합등 몇몇 신자들이 박총장을 고해성사 누설혐의로 서울대교구에 고발한 점도 고려됐다.
고해성사 누설은 일단 밝혀질 경우 자동파문되는 성직자들의 최고 금기사항으로 2천년 천주교 역사에 선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통이 깨질 경우 천주교의 존립이 위태로워질만큼 신성시되고 있다. 그래서 서울대교구측이 해석의 오해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조치를 취한 것으로 교계에서는 보고 있다.
고해성사(또는 고백성사)는 보통 죄지은 영혼의 비밀을 사제와 신도가 1대1로 면담하는 절차이다. 고해성사의 근거는 『그리스도는 사죄권을 가지셨고, 이 권한을 교회의 지도자들인 12사도들에게 주셨다』 『누구의 죄든지 너희가 용서해주면 용서받을 것이고 용서해주지 않으면 용서받지 못한 채 남아 있을 것』이라고 성서에서 명기하고 있다. 사제들은 하나님과 그리스도로부터 사죄권을 받아 행사하는 것이니만큼 그 발설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
서울대교구는 고발자료가 증거능력이 없고 박총장으로부터 직접 「아니다」라는 확답을 들었기 때문에 일부 검사와 국회의원의 전언만으로 고해성사 누설을 수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고해비밀은 고해자나 사제, 고해내용을 알게 된 제3자 모두 발설할 수 없으며 이로 미뤄 고해비밀과 같은 양심에 관한 사항은 교회법원의 심의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유권해석했다. 이에 관해 교회법에 정통한 한 신부는 『교구장의 판단에 따를 문제』라고 말해 자의성이 작용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고해비밀 엄수는 실정법과 간혹 충돌하기도 하는데 지난82년 최기식신부가 당시 부산 미국문화원 사건을 주도한 김현장씨의 고백성사를 받아들이고 발설하지 않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이처럼 신부들은 고해성사의 내용을 무덤까지 갖고 들어가야 하는 신과의 약속으로 생명처럼 소중히 여기고 있다.【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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