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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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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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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는 매우 생소하지만 유럽엔 자살문제 전문연구가가 있다. 최신의 통계에 의하면 유럽에서 자살률의 으뜸은 헝가리로 10만명당 44명꼴이고 그 다음이 덴마크로 10만명당 28명이라고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덴마크는 세계에서 생활의 질이 가장 높은 나라로 밝혀졌다. ◆자살문제연구가인 빌레브라여사는 이러한 현상과 원인을 「복지속의 고독」이라고 분석한다. 그는 「가족간의 유대감이 보다 느슨해졌고, 타인들에 대해 점점 무관심해졌다. 많은 덴마크 사람들이 고립감과 고독감을 맛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사람들은 국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나 그것이 아님을 깨닫고 좌절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좌절감은 특히 40대전후가 많이 느낀다는 분석이다. 그들의 성장기는 물질의 풍요에 따라 「완전한 사회」에 대한 이상이 높았던 시절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현실이 막상 이상을 배반할 때 좌절은 크기 마련이다. 이것이 「복지 속의 고독」을 설명할 수 있는 단서가 아닌가 생각된다. ◆건강한 사회의 기반은 역시 튼튼한 가족관계라고 하겠다. 부부가 갈라지는 결손가정이 늘고, 부모와 자녀사이의 유대가 약화되면 가족의 뿌리도 흔들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풍요와 복지로만 이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덴마크의 경우를 무심하게 생각하고 넘겨서는 안될 것 같다. ◆「자식이 부모의 안부를 묻지 않고 도리어 부모가 자식의 안부를 물어야 하는 세상」을 개탄하는 말도 들린다. 우리네 가족관계도 위기의식이 스며들고 있음이 분명하다. 「가정속의 고독」이 차츰 엄습하고 있지 않나 자문해 볼만 하다. 외로움은 불치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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