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제조업 부문에서 세계 최대기업은 미국의 자동차 메이커인 제너럴모터스였다. 매출액 기준으로 제2, 제3의 기업도 역시 미국의 포드와 엑슨이 각각 차지했다. 미국의 권위있는 경제전문지 「포천」지 최근호의 집계에 따르면 세계 15대 기업중에 미국계 기업이 7개며 일본계가 4개, 영국계 2개, 독일계가 하나로 기록되었다. 이중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것은 개발도상국가중에서는 오직 한국의 재벌인 삼성이 처음으로 14위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매출액으로 볼 때 삼성그룹은 세계 최대기업인 지엠의 약 3분의 1이며 일본 최대기업 도요타의 절반이 넘는다.
물론 기업규모를 어떻게 평가하느냐 또는 국제비교를 위해서 어떠한 환률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날 수도 있다. 그러나 대체로 한국의 대기업들은 이제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아마 세계의 50대 또는 1백대 기업중에는 한국의 대기업들이 몇개쯤 더 끼여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경영의 질이나 경쟁력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규모면에서는 한국기업들이 세계의 거대기업들과 거의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겠다. 이같이 우리 기업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것은 우리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돌이켜 보면 지난 30여년 동안 한국기업들은 역경 속에서 불굴의 투지로 무에서 기적을 만들어냈다. 한국경제의 공업화에 앞장섰고 불모의 해외시장을 개척하여 오늘날 세계의 13대 무역대국이 되기까지는 기업의 역할이 무엇보다 컸다.
외국기업들이 한국기업을 경계하는 까닭은 한국기업가들의 공격적인 경영방식과 왕성한 투자의욕 때문이라고 한다. 조선·철강·반도체 등은 한국기업이 아니면 감히 뛰어들지 못하는 사활을 건 모험이었다.
어찌보면 무모하리 만큼 저돌적인 투자이며 때로는 엄청난 중복투자·부실투자를 초래하기도 했다. 어쨌든 이들은 거대기업으로 커왔다.
그러나 혁신적인 기업가정신에 못지 않게 그들을 오늘날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키워온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육성, 그리고 근로자와 국민 모두의 희생과 인내에 힘입었던 것이다. 이 점을 대기업들은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 대내외 경제환경이 변하고 있는 만큼 대기업들도 변해야 한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덩치는 커졌는데 아직도 의식구조는 응석둥이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아직도 공정한 경쟁보다는 경제력 집중으로 국민경제를 볼모로 할 궁리만 하는 것 같다. 또한 경영혁신이나 스스로 업종전문화에 힘쓰기보다는 문어발식 기업확장만을 능사로 여긴다. 닥치는대로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상호출자·지보등으로 얽어 놓아야만 안전하다는 생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언필칭 개방경제, 국경없는 무한경쟁이라고 주장하면서 의식수준은 아직도 유치하다.
국민의 반기업적인 분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도 이제 체통을 차릴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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