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성사의 비밀에 관한 문제가 최근 교회 안팎에서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해성사는 우리 가톨릭교회가 2천년 가까이 수호해온 본질적이요 핵심적인 성사의 하나다. 그 비밀은 결코 누설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해성사의 비밀에 관한 일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사목적 판단을 내리고자 한다. 1.고해성사의 비밀
(1)고해성사의 비밀은 고해성사의 신성불가침성에 의해 보호된다. 고해성사는 죄를 고백한 신자가 그 고백으로 인하여 여하한 불이익이나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교회의 조치다. 수련장과 그의 보조자 및 신학교와 그밖의 교육기관의 장은 같은 집에 거주하는 자기 학생들의 성사적 고백을 듣지 말아야 한다. 다만 학생들이 자진하여 이를 청하는 개별적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교회법 제983∼985조).
(2)고해성사의 비밀을 지킬 사람은 첫째 고백을 들은 고해사제, 둘째 혹시 초대된 경우 통역자, 셋째 어떤 연유에서든지 고백한 죄를 알게된 사람, 예컨대 고백소 근처에서 엿듣거나 우연히 묻게 되었거나 죄고백 쪽지를 본 사람등이다(교회법 제983조 2항).
(3)고해신부가 고해비밀을 직접 누설했을 경우 교황청에 유보된 자동파문의 벌을 받게 되며, 간접 누설했을 경우에는 경중에 따라 처벌받게 된다(교회법 제1388조 1항). 통역자나 그밖의 다른 이들이 비밀을 누설한 경우 적당한 행벌로 제재받는다. 파문도 제외되지 않는다(교회법 제1388조 2항).
2.박홍총장신부의 발언과 고해비밀 문제
(1)일부 언론과 일부 인사가 박홍총장의 주사파에 대한 발언을 놓고 고해비밀이 누설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박홍총장은 이에 대해 자신의 발언이 고해비밀이 아님을 여러 차례 강조했으며, 특히 8월 25일 중견방송인들의 모임인 「여의도클럽」 회견에서 추호도 고해비밀 누설이 아니라고 공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일부 인사가 박총장을 면접했다는 검사와 국회의원의 전언만을 토대로 박홍총장에게 고해비밀 누설혐의를 씌우는 행위는 개인고발 차원을 넘어 신성불가침의 영역에 속하는 고해성사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킬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3)이 문제와 관련하여 교회내 극소수 신자가 박홍총장을 상대로 고해성사 비밀누설에 관해 고발을 제기했다. 그러나 고해비밀과 같은 양심에 관한 사항은 교회법원의 심의대상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고해비밀은 고해사제도, 고해자도 이를 발설할 수 없거니와 무슨 내용을 고백했는지 전혀 모르는 제3자가 이를 추정하여 사제에게 비밀누설 혐의를 씌울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박홍총장의 고해비밀 누설건으로 극소수 신자가 제시한 고발증거자료는 교구당국의 검토결과 증거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음을 분명히 밝혀둔다.
우리 교회는 일부 언론과 극소수 인사들이 교회의 고해성사 비밀을 확대하여 문제삼음으로써 절대다수 국민과 선량한 신자들에게 불필요한 오해와 심려를 끼친 점을 심히 유감으로 생각한다. 교회는 이러한 관점에서 더 이상 고해비밀에 따른 시비로 2천년 전통을 지닌 교회의 명예와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설정한 신성불가침의 권위에 누를 끼치지 않기 바란다. 그리고 신자들은 2천년 교회역사가 고해비밀을 엄수해오고 있는 사실을 명심하고 가일층 신앙생활에 정진할 것을 당부하는 바이다.
1994년 8월 30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무처
사무처장 염수정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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