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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파와 민주운동가(장명수칼럼: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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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파와 민주운동가(장명수칼럼:1715)

입력
1994.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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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홍 서강대총장의 주사파관련 발언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박총장이 모든 학생운동·재야운동권을 싸잡아서 주사파로 몰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박총장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으나, 부분적으로 그런 오해를 남길 수 있는 소지가 있었다고 유감스러워 하는 이들도 있다. 당사자들에게는 그것이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한번 공산주의자라는 오해를 받게되면 그 오해를 풀기가 매우 어렵고, 직·간접으로 불이익을 받게되는 것이 우리의 풍토다. 대표적인 재야운동가로 국회의원이 된 민주당 이부영의원은 당선된 후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유권자들이 나에 대해 가장 궁금해 하는 점은 나의 사상이었다. 그들은 나를 찍고 싶지만 내가 혹시 공산주의자가 아닌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신문 잡지에 실렸던 나의 인터뷰 기사들을 자세히 읽어 보고, 과거 나를 담당했던 정보기관 관련자들에게 이부영이 공산주의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야 나를 찍기로 결정했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과거 독재정부에 의해 용공낙인이 찍힌 사람들이 그 오해를 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뼈저리게 느꼈다』

 29일 열렸던 국회 법사위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여야의원들은 김두희 법무장관에게 검찰이 박홍총장의 발언내용을 철저히 수사하여 민주화운동세력과 친북좌경세력을 분명히 구분하라고 촉구했고, 정확한 정보로 국민의 의구심을 풀어줘야 할 검찰이 박총장 발언에 편승하여 주사파 파문을 확대시켰다고 비난했다.

 민주화운동 세력과 반체제 세력을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야당의원들 뿐 아니라 여당의원들에게서도 나온 것은 반가운 현상이다. 김법무부장관은 이날 『주사파를 비롯한 좌익사상 오염원과 배후조종자들을 철저히 색출 엄단하고, 정치적 고려에 따라 구속·석방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차단하겠다』고 답변했는데, 「정치적 고려」를 차단하겠다는 선언은 「석방」 이전 「구속」 단계에서부터 옥석을 엄정하게 가리겠다는 다짐으로 환영할 만하다.

 옥석을 가림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옥과 석이 스스로를 구별해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에 민주화운동을 했거나 현재 하고 있는 사람들은 반체제 세력과 자신을 분명하게 구분하고, 반체제 세력에 대해서 『아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더구나 주사파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 젊은이들이 하필이면 김일성주의에 빠져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데 애매한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사사건건 그들의 편을 드는 것은 운동가의 도리가 아니다.

 국민도 정부도 옥석을 구분하여 사상문제로 더 이상의 무고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와 함께 민주화운동 세력도 의식의 대전환을 이룩하여 「가재는 게편」이라는 의혹을 씻어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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