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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씨 해임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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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씨 해임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 안팎

입력
1994.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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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오페라사 첫 법정투쟁 승리/바스티유 「개혁의지」 확고… 앞길 험난 프랑스 바스티유 오페라측으로부터 일방적으로 해임됐던 정명훈씨가 오페라측을 상대로 한 가처분신청에서 승리, 프랑스 오페라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기게 됐다. 지난 25년동안 음악감독이 18차례나 바뀌는 동안 이 오페라측의 부당한 처사에 법정투쟁으로 맞서 이긴 경우는 처음이다.

 그러나 오페라측은 법원의 결정이 나온 직후 항고할 것임을 선언, 이번 일이 간단히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씨의 표현대로 아직은 『첫 단계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정씨는 지난 89년 다니엘 바렌보임 후임으로 바스티유 오페라의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맡았다. 이후 이 오페라단의 예술적 수준을 크게 향상시킨 공로로 사회당 내각때인 92년 12월 당초 97년까지였던 임용계약을 2000년까지로 연장하고 보수도 대폭 인상하는 재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지난해 봄 우파정권이 적자에 시달리는 이 오페라의 개혁을 추진하면서 정씨에 대한 사실상의 퇴진압력이 가중됐다. 내년 8월 부임예정인 위그 갈 신임사장의 요구에 따라 오페라측은 가수·객원지휘자·공연작품 선택 등 정씨의 음악감독으로서의 모든 권한을 신임사장에게 넘기고 계약기간도 97년까지로 단축하는 재계약을 종용해 왔다. 이에 대해 정씨는 오페라단의 재정난을 고려, 보수문제는 협상할 수 있으나 음악감독으로서의 예술적 결정권을 박탈하려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 왔다. 

 이번 결정에 따라 새 시즌 공연작품을 선정해 놓고 객원지휘자 3명까지 확보해 둔 바스티유측으로서는 일단 한발 물러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우파정권의 바스티유오페라 개혁의지는 확고해 정씨의 최종승리까지는 많은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다.

◎정명훈씨 인터뷰/“성원해준 국민들께 감사/본건소송 백% 승리할것”

 정명훈씨는 29일 오페라단측을 상대로 낸 지휘자교체등의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에서 승리한 뒤 파리 주재 한국특파원들과 기자회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소감은.

 『내일부터 다시 94∼95시즌 개막작품인 「시몬 보카네그라」 리허설을 시작할 수 있게 돼 기쁘다. 성원해 준 우리 국민들께 감사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인으로서 전보다 더 큰 책임을 느끼게 됐고 한국음악가들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소송전망은.

 『본건 소송은 아직 들어가지 않았다. 본 소송에 들어가면 1년 정도 걸릴 것이나 1백% 승리할 것이다』

 ―배상액을 구체적으로 요구했는가.

 『법원이 바스티유측에 지급토록 한 1만프랑은 배상이 아니고 소송에 들어간 비용을 상징적으로 지불토록 한 것이다. 돈이 문제가 아니고 개인이 모욕을 당한 데 대해 정의를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프랑스 역사에 오늘과 같은 판결을 받아 낸 음악가는 없다. 이는 대부분 돈에 연연해 정식재판이 끝나기 전에 돈을 챙겨 나갔기 때문이다』 

 ―바스티유오페라에 계속 남을 것인가.

 『오페라단측의 태도를 보아가며 재협상을 할 것인지 결정하겠다. 오페라단측이 이번 결정에 불복해 소송이 계속되는 동안 남아 있을 것이다. 바스티유측은 내가 모든 권한을 독차지하려 한다고 비방해 왔으나 나는 팀워크를 좋아한다』

 ―현 프랑스정부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나는 한번도 정파에 치우친 적이 없다. 오늘의 판결은 법이 정부의 권력보다 강하다는 점을 입증했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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