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차·의류·전자 등 전업종 “값인하”/일 「가격파괴」 열풍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차·의류·전자 등 전업종 “값인하”/일 「가격파괴」 열풍

입력
1994.08.31 00:00
0 0

◎유통업체 주도… 공산품 “작년반값”/맥주·콜라는 수입품­국산 경쟁양상/“불황따른 공급과잉등 타개책” 분석 일본의 소비자는 요즈음 물건사기가 즐겁다.

 무더위와 오랜 가뭄 때문에 채소 과일등 일부 야채류 가격이 턱없이 올랐지만 맥주 콜라등의 음료수를 비롯, 세제 종이기저귀등 공산품값은 날마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장바구니를 든 주부들은 『지난해에 비하면 거의 반값』이라고 말할 정도로 최근의 가격인하는 파격적이다. 일본에서 맹렬하게 불고있는 가격파괴의 바람이 동네의 슈퍼마켓에까지 들이닥친 것이다.

 일본의 가격파괴전쟁은 자동차산업과 의류업계 전자업체를 불문하고 전산업계에 걸쳐 일어나고 있지만 서민들은 특히 맥주 콜라등 매일 마시는 주류와 음료수가격에서 이를 실감할 수 있다.

 맥주의 경우를 보자. 전국에 거대한 체인망을 구축하고 있는 대형슈퍼마켓 「다이에이」는 다음달부터 6종류의 수입캔맥주를 판매한다. 미국산 슈미츠 아이스맥주는 350㏄들이를 1백38엔,뉴질랜드산맥주인 DB엑스퍼트 드라이와 내추럴을 각각 1백48엔에 판매키로 하는등 보통 크기의 캔맥주에 1백50엔대 이하의 가격을 붙였다. 일본산 기린 아사히맥주등이 2백20엔대인것에 비할 때 최대 82엔(6백56원)가량의 가격차가 나는 셈이다. 일본의 슈퍼업계는 이미 미국산 쿠어스맥주를 들여와 1백60엔대에서 판매해왔던 만큼 이번의 수입맥주의 가격결정은 맥주의 가격파괴현상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맥주 한캔에 80엔이상의 가격차가 남에 따라 소비자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만큼 기존의 대형맥주업체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값을 내리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콜라의 경우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나 시중 자동판매기에서 1백10엔에 팔리는 콜라가 다이에이의 자체브랜드(PB·PRIVATE BRAND)개발에 힘입어 40엔대까지 떨어졌다. 슈퍼마켓앞에는 40엔짜리 콜라를 사기 위해 장사진이 쳐지고 코카콜라의 판매량이 격감하자 일본코카콜라사는 지난 6월하순부터 1·5ℓ들이 페트병제품등의 가격을 10%씩 일률적으로 인하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던 코카콜라가 외국의 콜라회사와 제휴,고유브랜드를 만들어 가격을 낮추는 방법으로 소비층을 파고드는 일본기업들의 상술에 두손을 들고 만것이다.

 물론 일본의 유통업체들이 1달러=98엔까지 진행된 엔고현상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싼 외국제품을 수입, 저가작전을 벌인 측면도 없지 않지만 현재 일본산업계를 뿌리째 흔들고있는 가격파괴전쟁은 이같은 유통업체와 중소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것이 재미있다.

 게이오(경응)대 경제학부의 다케나가 헤이조우(죽중평장)교수는 『지금의 가격파괴는 1달러=1백엔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강한 경쟁력을 가진 중소기업이 정부의 보호하에서 안일하게 커온 저생산성의 대기업을 몰아붙이고 있는 형세』라고 설명하면서 『진작 일어났어야 할 가격조정이라는 면에서 볼 때 현재의 가격파괴는 창조적 파괴』라고 말했다.

 경제전문가들은 가격파괴의 원인으로 장기 불황으로 수요가 떨어져 공급과잉현상이 일어난 점을 들고 있다. 또 거품경기가 사라지면서 소비자들의 행동패턴이 저가격지향이 된 점과 값싼 수입품에 대항해 살아남기 위한 일본기업들의 필사적인 가격인하경쟁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한 가격인하가 계속되고 있는데도 모른척하고 있던 물가당국이 물가지수측정에서 맥주, 콜라등의 내린 가격을 기준으로 채택할 만큼 가격파괴현상은 이미 일본의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가뭄 때문에 찌든 일본소비자들을 즐겁게 해주는 가격하락현상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도쿄=이창민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