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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냉전상징 지웠다/구소련군 독·발트 2국서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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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냉전상징 지웠다/구소련군 독·발트 2국서 철수

입력
1994.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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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년만에… 미사일·탄약도 없애/범죄조직 핵연루 차단은 숙제로 31일로 독일주둔 구소련군이 완전철수함으로써 냉전시대의 마지막 유물이 49년만에 사라지게 됐다. 러시아 독일간의 밀약으로 점령당했던 발트3국중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에 주둔한 러시아군도 마침 31일을 기해 완전철수한다.

 지난 45년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이후 소련군은 분단된 독일의 동독지역에 주둔, 점령군으로서 동독을 통치했고 유럽 서방국가들의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첨예하게 대립했던 바르샤바조약기구의 첨병역할을 담당했다.

 동독에 주둔한 소련군은 서부지역군구소속으로 지상군 19개사단, 공군 5개사단등 모두 33만8천명이었으며 민간인등도 20만8천명이나 되었다. 이들은 동독 각지역에 약25만㏊의 부지를 차지하고 각종 군부대시설을 비롯,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주둔해왔다. 이번에 철수하는 무기에는 핵미사일이 들어있고 탄약만도 70만톤이나 된다.

 같은날 철수하는 라트비아에는 1만2천명, 에스토니아에는 3천명의 러시아군이 주둔하고 있었으나 그동안 이 국가들에 거주하는 러시아인들의 인권보호등의 문제 때문에 한때 러시아가 군대철수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독일정부는 시가행진등 기념행사에 보리스 옐친러시아대통령도 초청해 참관토록 배려했다. 옐친은 헬무트 콜독일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최근의 핵물질 유출사건등 현안을 논의하고 양국의 협력을 강화키로 합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이 철수해도 붉은 군대의 잔재를 없애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그간 이들 러시아 서부지역군구와 연관된 범죄조직이다. 이들은 독일 경찰당국이 엄두를 못낼 정도로 상당한 조직망을 구축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범죄집단들은 철수하는 러시아군들과 결탁해 그동안 러시아군의 장비와 무기는 물론 각종 물품들을 암거래해 왔으며 앞으로도 러시아내의 마피아단과 계속 연계를 맺어 범죄활동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렇지만 약 5년전만해도 일촉즉발의 긴장속에서 살았던 독일인들은 현재의 평화에 위안을 삼고 있는듯하다. 냉전시대 독일 주둔 소련군중 1만4천명의 병력은 항상 전투대기태세 상태였으며 수십대의 전투기와 헬기가 공중에 떠있었고 4만명이 국경을 지키면서 보초를 섰다.

 독일과 러시아는 이번 러시아군의 완전철수를 계기로 과거의 어두운 역사를 뒤로한 채 새로운 관계를 정립코자 서로 노력하고 있다. 독일은 서방국가중 어느 국가보다 러시아에 관심이 많다. 우선 지리적으로 동유럽과 인접해 있어 러시아의 영향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또 세계의 새 지도국으로 부상키 위해서는 러시아의 지지가 불가피하며 장기적으로 볼때 러시아시장을 「공략」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유럽일각에서 나타나고 있는 반독일주의에 반대하면서 독일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공업제품을, 독일은 원자재와 반제품을 각각 수입하면서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독일은 현재 2백억마르크를 러시아에 투자하고 있으며 합작기업수도 3백개나 된다. 투멘·페름·오렌부르크등 러시아의 각지방에 진출하는 독일기업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으며 독일은행들도 모스크바와 상트 페테르부르크등 대도시에 지점을 개설하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있다.

 러시아군의 독일등 3국철수로 유럽은 냉전시대 종식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의 유산까지 청산하게됐다. 앞으로 새로운 유럽과 러시아의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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