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중반의 한 여성환자가 다리를 절며 진찰실에 들어섰다. 약3년전부터 오른쪽 다리가 저리면서 조금씩 힘이 빠지더니 점차 심해져 이제는 양쪽다리 모두 힘이 약해 걷기가 힘들정도라는 것이다. 자세히 물어보니 등줄기 중간부위에 통증이 있고 그곳에서부터 양옆으로 뻗치는 통증이 앞가슴까지 번지고 때로는 명치끝까지 아프고 저린듯한 통증을 느낀다는 것이다. 진찰결과 환자의 오른쪽 다리의 힘이 특히 약했다. 환자에게 다리를 뻗어 45도각도로 들어 올리라고 하니 다리에 힘이 없어 흔들거리다가 곧바로 침상에 떨어뜨릴 정도였다.
감각신경검사에서는 젖가슴 이하로 모든 감각이 둔해져 있었다.이상한 것은 바늘로 찔러 볼때 힘이 좀 괜찮은 왼쪽 다리엔 느낌이 없고 오히려 마비가 심한 오른쪽 다리에 통각이 잘 나타난다는 점이었다.
흉추X선사진과 MRI(자기공명영상)촬영 결과 등뼈(흉추) 제5∼6번 뒤쪽 척수속에서 새끼손가락 한마디 크기만한 둥근덩어리가 발견되었다. 척수란 신경이 지나가는 구멍.
「척수종양」이 척추오른쪽에 생겨 척수를 누르고 있기때문에 왼쪽다리에 마비가 더욱 심하고 아픔을 느끼는 통각은 반대로 오른쪽다리에 더욱 심한 것이다. 아픔을 느끼는 통각과 뜨겁고 차가운것을 느끼는 온도감각은 한쪽편에서 올라가다가 척수속에서 반대편으로 가로질러 올라가기 때문에 척수의 한쪽에 병소가 있을 경우 그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통각과 온도감각을 전달하지 못해 이와같이 반대편에 통각마비가 오는 것이다.
위의 환자는 종양제거수술후 완치됐다. 물론 마비된 다리도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척수종양은 여러가지 종류가 있으며 그 치료결과도 종양의 성질에 따라 좋을 수도 있고 때로는 나쁠수도 있다. 양성종양일수록 발병기간이 길어서 수년에 걸쳐 서서히 악화되기때문에 초기에 별 것아닌 단순한 신경통으로 지나쳐 버릴 경우가 많다.<김영수·영동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과장>김영수·영동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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