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 거부는 협상용… 「한국형」불변”/“러시아형 안전 등 문제… 불가”일/주도권천명 “북도 「러제」동의”러 북한의 한국형경수로 거부의사 표명으로 북한핵을 둘러싼 해빙기류가 또다시 냉각되고 있다. 관련당사국인 미·일·러시아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미국◁ 미 클린턴행정부는 우선 북한중앙통신이 27일 보도한 한국형경수로 거부입장이 북한측의 공식방침이라기보다는 향후 북미회담에서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행정부의 한 관리는 『북한측의 한국형경수로 거부의사 표명은 이달초 제네바회담직후에 나온 녕변 5㎿ 원자로 재가동위협과 함께 북한이 대미협상에서 지렛대로 쓰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리의 설명처럼 미국정부는 남북간의 「경수로 시비」가 북미 핵협상의 판을 깰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한미 양국정부가 북한에 한국형 경수로를 지원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으며 북한도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은 북미협상을 앞두고 한국이 특별사찰요구를 재차 들고나오자 유리한 협상지위를 확보하려는 속셈에서 「한국형 불가」를 공표한 것으로 이들은 설명했다.
미국은 옐친러시아대통령의 미국방문을 앞두고 러시아측이 벌이는 강력한 로비에도 불구하고 한국형경수로 선호입장은 불변이다. 러시아형 경수로는 안전도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고 부품의 적시공급에도 차질이 예상돼 공사기간이 크게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는게 미국정부의 설명이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일본◁ 일본 외무부는 북한이 갑자기 한국형경수로 수용을 거부하고 나선 배경에는 한국에 기술적·경제적으로 예속되는 것을 피하려는 북한수뇌부의 의지도 작용하고 있지만 북미협상을 앞두고 한 미 일간의 협조관계를 흐트러뜨려 보다 유리한 협상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전략이 깔려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의 강석주가 지난 13일 미국과의 협상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통해 『어느나라의 경수로가 되는지는 미국이 결정할 것』이라며 한국형경수로를 받아들일 가능성을 시사했다가 북미전문가협의를 바로 앞둔 시점에서 느닷없이 거부입장을 표명한 것이 이같은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북한의 경수로전환에 재정지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인 일본은 재정부담을 덜기위해 G7을 비롯한 다국적기구가 합동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의사를 여러차례 표명해왔다. 물론 그 전제는 경수로가 한국형으로 결정돼 한국이 상당부분의 건설자금을 떠맡는다는 것이었다.
북한이 고집하고 있는 러시아형경수로에 대한 지원은 일본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안전성문제뿐 아니라 북방영토반환등 복잡하게 물려있는 대러시아관계상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일본의 입장이기도 하다.【도쿄=이창민특파원】
▷러시아◁ 러시아는 북한의 경수로원전 지원문제는 자국이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의 한 고위관리는 지난 26일 북한의 중앙방송 발표와 같은날 이타르 타스통신과의 회견에서 『모스크바와 평양은 북한에 경수로원전을 건설할 경우 러시아제 경수로여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북한이 한국형경수로를 지원받을 경우, 상당기간 한국의 핵기술에 종속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북한의 체제유지와도 관련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거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북한은 주에너지공급원을 한국에 의존하게 되고 원전건설을 위해 한국에 어느정도 개방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으며 유사시 원전이 자국의 목을 죄는 「무기」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이같은 사정을 간파하고 있는 러시아는 북한과 구소련이 지난 85년 체결한 원전건설협정이 아직 유효하다는 점과 북한의 핵기술이 구소련의 지원하에 발전되어 왔다는 점등을 들어 자국의 경수로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형의 경우 우선적으로 누가 재정지원을 할 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이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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