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작가 버그린저 「카포네인간과 역정」/범죄조직 장악·밀주·형무소생활 등 그려/“단순 갱이야기 넘어 미국사회·문화 해부” 「밤의 대통령」「암흑가의 황제」로 불리며 엄청난 부와 권력을 향유하면서 대중의 우상이었던 전설적인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1899∼1947년)의 전기가 처음으로 출간됐다. 미국의 전기작가 로렌스 버그린이 지은 「카포네―인간과 역정」(사이먼 & 슈스터간)은 20세기 초 미국「암흑가」를 평정하고, 바람처럼 살다간 알 카포네의 삶을 파헤쳤다.
카포네가 이룩한 부와 명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는 금주법을 어기고 밀주업과 사창가를 장악했던 27년 한 해에만 약 1억5천만 달러를 벌었다. 노조 환락가는 물론이고 경찰 법원을 주물렀으며, 많은 정객을 출세시키고 몰락시킨 배후의 인물이었다.
경찰관과 행인들이 보는 앞에서 야구방방이로 사람을 살해한 그를 목격자들은 증언은 커녕 두둔하기에 바빴다. 더욱 놀라운 일은 시카고에 있는 한 대학의 학생들은 그를 아인슈타인 간디 포드 등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걸출한 10인으로 뽑았다는 것이다.
1899년 뉴욕의 브루클린 빈민가에서 태어난 그는 14세때 범죄조직에 가입하여 천부적인 「살인 주먹」을 바탕으로 두각을 나타낸다. 22살 때 그의 가족과 시카고로 이주한 뒤 두둑한 배짱과 타고난 수완으로 경쟁자들을 제거하는 한편, 당시 금주령 하에서 조직을 동원하여 밀주를 공급함으로써 부를 축적해 나간다.
그가 이 과정에서 다른 「깡패」들과는 달리 대중의 우상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보잘 것 없는 이탈리아 이민 출신으로서 미국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거물로 성장했고, 금주령으로 냉랭해진 사회에 알코올을 공급함으로써 동정을 샀기 때문이다.
30년대 초 살인과 협박죄가 아닌 탈세혐의로 11년의 형을 받은 그는 알카트라즈 형무소에서 「최악의 인생」을 경험한다. 천장에 매달린 최루탄 깡통으로 밥을 받아먹고, 면회도 벽에 달린 가는 유리관을 통해 허용되는 수모를 당했다.
투옥전에 한 소녀로부터 옮은 매독은 그를 작은 독방에 격리 수용하게 했고, 이 때문에 그는 정신적으로도 파탄상태에 빠진다. 병이 악화되자 7년 반만에 석방된 카포네는 마이애미에 있는 별장에서 수많은 하인, 주치의, 경호원들에게 둘러 싸여 숨을 거둔다. 권총과 칼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가 의외로 주사바늘에 공포감을 느껴 치료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버그린은 이 책에서 발렌타인 데이의 대학살과 마피아의 다른 조직으로 카포네의 마지막 라이벌이었던 오베이니언의 장례식 모습등을 생생히 그림으로써 당시 미국사회의 단면을 엿보게 한다.
이 책의 끝머리에서 버그린은 『알 카포네의 삶은 단순한 갱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미국문화, 미국사회, 미국법체계, 특히 미국인이 지닌 민주주의 꿈의 어두운 측면을 보여준다』고 적고 있다.【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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