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량경영 늘어나자 불안감·우울증 시달려/업무보다 연줄찾기 등 자구책에 더 고심/「종업원 만족경영」등 회사대책 시급 『일단 살아남았습니다만 불안합니다.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도전적인 의욕이 생겨날 수 있겠습니까』 국내 굴지의 회사에서 지금까지 동기들 중에서 가장 「잘 나간다」고 알려진 K이사는 요즘 무더기로 회사를 떠나는 동료들을 보면서 심한 우울증에 빠졌다. 자신도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일에 의욕도 없다. 해고되지 않고 살아남아 일은 하고 있으나 해고된 사람들보다 더 불안하게 지내는 이른바 「서바이벌 신드롬」―, 실직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서바이벌 신드롬에 시달리고 있는 직장인은 K이사 뿐이 아니다. 최근들어 각 기업마다 경쟁적으로 사업영역 재구축(리스트럭처링)과 경영혁신(리엔지니어링)등을 통해 감량경영에 나서면서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심각한 불안감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인사철도 따로 없다. 상황이 변하면 바로바로 인사가 이루어져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항상 실직불안에 시달리는 서바이벌 신드롬이 일반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증후군을 호소하고 있는 직장인들은 전에 없이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아직도 한참 일할 나이인데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전처럼 동료들과 마음놓고 어울릴 수도 없다. 맡은 일을 제대로 처리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신감도 없다. 가정에 돌아가서도 회사일이 떠나지 않는다. 다른 사업을 할까 궁리를 하나 마땅히 떠오르지도 않는다. 심한 경우 병원을 찾아 이유없는 두통이나 무력감을 호소하는 직장인도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따라서 나름대로의 자구책을 구사하고 있다. 이들이 구사하는 자구책이란 ▲시키는 일만 피동적으로 하고 ▲지연 학연등 최대한 인연을 만들어 이를 안전판으로 활용하며 ▲기회만 있으면 바람이 덜 탈 부서로 이동하려고 하는 것등이다. 리스트럭처링과 리엔지니어링이 무조건 장기근속자들을 해고하고 최대한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방향으로 집중되면서 기업의 당초목표인 생산성 향상이나 업무의 효율화와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관계자들은 경영혁신의 방향이 감량경영 쪽에만 모아질 경우 기업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전혀 바라지 않는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보전략연구소 윤은기소장등 경영컨설턴트들은 『사무자동화와 함께 경영효율의 1차적인 목표가 인원감축에 모아질 수는 있다. 그러나 일방적인 감량경영은 조직문화 전체를 그르친다.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에 빠진 직장인들에게서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 관계자들은 단기적인 처방보다는 장기적인 처방을 강조했다. 종업원들에게 장·단기 비전을 제시하고 최근 본격적인 노사분규와 함께 일반화된 하후상박의 원칙도 재고돼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특히 각 기업들이 외치고 있는 고객만족경영차원을 넘어 종업원만족·가족만족경영등 경영자의 인식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장기근속자들에 대한 우대정책도 마련돼야 한다. 최근 포철과 진로등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개인연금제도는 종업원들에게 제시하는 장기비전의 좋은 예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이종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