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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뛰어 만드는 생생한 지면/이민웅(나의 지면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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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뛰어 만드는 생생한 지면/이민웅(나의 지면평)

입력
1994.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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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기사 등 현장감 미흡해 아쉬움/근성·패기로 취재원발굴 더노력을 뉴스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선도와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물건이다. 다시말해 뉴스는 일단 독자에게 전달되면 상품가치의 많은 부분이 소멸된다. 따라서 뉴스의 생산과 전파는 시의성을 매우 중요시하게 된다. 뉴스는 또 생산주기마다 전혀 새로운 제품을 생산한다. 생산주기마다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는 조직은 뉴스조직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뉴스조직은 마감시간의 압박을 받고 고도의 협동작업과 순조로운 일의 흐름을 필요로 하며 끊임없는 창의와 쇄신을 요구받게 된다. 정보상품의 이러한 특성은 또 그 상품을 생산하는 기자들의 고품질을 요구한다. 전문성 창의성 기민성 문제의식 판단력 현장확인 정신등 여러 측면에서 그렇다.

 조직구조상으로도 뉴스조직은 생산품의 독특한 성격으로 인해 한편으로 조직적인 협동작업과 절도있는 통제를 필요로 하면서 구조상으로는 수평적 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특히 운영은 매우 신축성있게 이뤄지고 있다. 즉 공식화수준이 낮고 수평적이며 납작한 구조(SLIM STRUCTURE)를 갖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난주에는 각 신문의 1면 머리기사가 서로 다른 날이 많았을 정도로 뚜렷하게 큰 기사가 없었다.전반적으로 발표기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고 그 의미해석에도 다소 미흡함을 느꼈다.

 지난주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농산물 가격폭등으로 아우성이 일었다. 그런데 한국일보는 이런 점들을 약간 소홀하게 다룬것 같았다. 대신 대기업의 가전제품 가격인하(23일자 11면)기사나 정부의 물가억제 비상돌입(26일자 10면)기사를 실었다. 하지만 물가 억제비상 돌입이 왜 필요한지 현장을 발로 뛰어 확인한 기사는 찾을 길이 없었다. 취재원이 유사하면 유사한 지면이 나올 수밖에 없다. 취재의 편의성을 고려하여 공식취재원(관변포함)의 발표기사만을 그대로 쓰는 것은 곤란하다.

 한중수교 2주년 기사(23일 3면)도 처리가 고식적인 듯한 느낌이 든다. 정부의 시각을 중심으로 해설하고 있다. 지난 2년동안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고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지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대입본고사의 총점기여도에 관한 해설(26일자 30면)도 그 의미전달이 다소 미흡했다.

 지난주에 한국일보 기사 가운데서 가장 문제가 된 기사는 26일자 1면 머리기사가 아닌가 한다. 제목부터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실제로 필자는 지상파 TV방송국 1∼2개를 새로 허용할 수 있는 가용채널이 있느냐는 엉뚱한 질문을 받기도 했다. 이 기사는 다른 신문에서 보도된 1면 머리기사와 사실상 크게 다르지 않았다. 1단계로 허가될 위성방송의 채널 숫자만 다를 뿐이다.「위성방송 도입과 정착을 위한 정책안」이라는 것도 정작 지금부터 논의를 진행하기 위한 발제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젠 더위도 웬만큼 물러갔다. 한국일보 전통의 「근성과 패기」로 뭉쳐진,생동하는 지면을 기대한다.<한양대교수·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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