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타나모 계속억류”에 “정책변할것” 기대/장기체류 운명 아이티인들보다는 희망적/미 거주 쿠바인들 반클린턴·카스트로 시위 ○…쿠바와의 난민문제 협상을 놓고 27일(현지시간)미 의회내의 여론은 양분된 상태. 공화당의 리 해밀턴하원의원은 클린턴 정부의 대쿠바 강경책을 비판, 하원이 정부의 난민 억류정책을 뒤바꿔야 한다면서 쿠바가 민주화 방향으로 진전을 보이면 미국도 그에 순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하원의장 톰 폴리는 카스트로가 미국으로 난민들을 계속 방출하는 한 미국은 카스트로와 대화를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쿠바가 민주화개혁과 자유총선, 시장경제등을 받아들일 조짐이 보일 때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8백여명의 쿠바 난민을 실은 미함정은 이날도 관타나모 기지에 도착했다. 배에서 내린 난민들은 클린턴행정부의 난민억류 방침으로 미국 땅에 내릴 수 없다는 법무부 관리의 설명을 듣고도 이를 믿지 않거나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 난민들은 마이애미에 보내줄 것을 거듭 요구했다.
한 청년은 미국땅을 밟는다 하더라도 관타나모에 수용될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도 미국으로 갈 수 있다는 한가닥 희망을 안고 쿠바를 떠났다면서 『클린턴대통령이 마음을 바꿀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바나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쳤다는 한 난민은 『관타나모로 올 줄 알았으면안 떠났을 것』이라면서 『좋은 직업을 갖고 있어 쿠바에 남았어도 아쉬울게 없지만 자유를 찾아 탈출했는데 이게 무슨 꼴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같은 관타나모 기지 안에서도 아이티 난민촌은 쿠바 난민촌과 아주 다른 분위기다. 빵을 찾아 떠난 사람이 대부분인 쿠바인들과 달리 이들은 아이티 군사정부가 가족을 죽이고 집을 불질러 오갈데 없는 신세가 된 사람들이 대부분. 때문에 아이티의 현 정권이 물러날 때까지는 어떻게든 난민촌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며 체념한 표정들이다.
○…관타나모 미군기지에 있는 2천2백여명의 군속 민간인들은 27일 미 해군의 철수명령에 따라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이는 밀려드는 쿠바난민 수용공간을 늘리고 미국 민간인들의 신변 안전을 위한 조치.
다음 주 가족과 함께 기지를 떠나게 된 위성통신 전문가 그레고리 펠레그리노씨는 『처음 아이티 난민들이 이곳에 올 때만해도 우리 가족들이 위험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으나 카스트로의 연설을 듣고난 후 앞으로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통신전문가인 케빈 두간씨는 『섬 한쪽에 1만4천여 아이티 난민이 있고 또다른 쪽에 1만2천여 쿠바 난민들이 있어 이들이 나쁜 마음을 먹고 인질극이라도 벌이면 속수무책 아니냐』고 불안해 했다.
○…마이애미 거주 강경 쿠바인들은 미국의 쿠바 난민 입국 불허 방침이 시행된 이달 중순 이후 처음으로 27일 카스트로 정권과 클린턴 정부의 정책에 항의하는 대대적인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는 지난 17일 플로리다 해협에서 목숨을 잃은 쿠바 난민 라파엘 가메스(34)의 장례식에 맞춘 것으로 1만5천여명의 시위대는 쏟아지는 비와 강풍에도 아랑곳없이 가메스의 관을 앞세우고 리틀 아바나 거리를 행진하며 카스트로 타도를 외쳤다.
시위대는 「독재를 무너뜨리기 위해 총을 들고 일어서라」 「카스트로를 옥죄기 위해 쿠바 해안을 완전 봉쇄하라」는등 격렬한 구호를 앞세워 행진했다.이날 행진에는 지난 13일 해상 탈출 중 숨진 41명의 쿠바인들을 추도하는 빈 관 30여개가 뒤를 따랐다.
그러나 이들 극렬시위대와 달리 이곳 쿠바인 중에서도 온건파들은 난민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미국 정부의 결정을 지지하고 있어 미국 내 쿠바인 사회의 분열상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들어 플로리다 해역의 날씨가 나빠지면서 쿠바 엑서더스는 일단 주춤해지는 분위기. 그러나 쿠바의 코히마르 해변에선 여러개의 뗏목이 떠날 채비를 갖추고 있어 날씨가 좋아지면 난민 숫자는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워싱턴·관타나모·마이애미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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