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카드 색깔로 당원·비당원 구분/쓰는약도 차별… 그나마 크게 부족 「완전하고 전반적 무상치료제」를 표방한 보건정책은 오랫동안 북한의 큰 자랑거리이며 체제우월을 선전하는 주요 소재였다. 북한 헌법 제56조는 전반적 무상치료제, 의사담당구역제, 예방의학제등 보건정책의 3원칙을 규정해 놓고 있으며 이미 47년1월27일부터 노동자, 사무원 및 그 가족들에 대한 무상치료제를 실시해 오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통일원이 파악하고 있는 북한의 인권실태에 의하면 북한주민들은 기근과 함께 의료설비의 낙후, 외화난에 따른 약품부족등 열악한 의료환경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북한의 의료시설들은 계층별·신분별로 의료혜택을 엄격하게 차별화하고 있어 선택된 자들만이 건강을 제대로 지킬 수 있는 실정이라는 것.
우선 북한이 관광코스에까지 넣어 외부에 자랑하고 있는 평양산원등 대형병원들은 의사와 환자가 아닌 배우와 엑스트라에 의해 점거돼 있는 전시장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북한방문자와 귀순자들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
북한을 다녀온 미햄라인대 케리건교수는 보고서에서 평양산원에 「전시」되고 있는 스웨덴이나 독일제 의료장비의 전기스위치 플러그는 한번도 사용된 적이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또 이 병원에 있는 의사나 환자들은 나중에 농장이나 공장에 가 본 결과 그 곳에서 종업원 행세를 하고 있는등 동원된 전문배우라는 것이다.
북한의 진료카드는 당원용의 붉은색과 비당원용의 푸른 색으로 구분된다.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한 일본인은 붉은 색 카드를 가진 환자들은 고급의약을 조제받는 반면 푸른 색 카드를 가진 51세의 한 노동자는 피를 토하고 병원에 옮겨진 뒤에도 붉은 색 카드를 가진 사람들이 진료받는 두시간 동안 응급조치도 받지 못한 채 들것에 누워 있었다고 전했다.
89년9월10일 귀순한 임정희씨는 북한에서 42호대상 환자로 불리는 간염·결핵·페라그라(영양실조)환자들은 격리돼 수용되고 있으나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수용시설이 턱없이 부족할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특히 외화부족으로 의약품을 수입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온 뒤에는 필수적인 인슐린 마이신 페니실린등 약품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 더욱이 북한에서는 이른바 노동치료법이라는 것을 만들어 환자들을 하루 2시간 정도의 노동에 동원시키고 있다.
북한에서 권력엘리트를 위한 병원들은 공개된 적이 없고 비밀에 싸여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 최고급병원은 평양 보통강구역 신원동에 있는 봉화진료소인데 김일성·김정일, 매제인 장성택을 비롯해 당중앙위 및 정무원의 부장(장관급) 이상과 직계가족만이 이용할 수 있다. 이 병원에서도 특별1과는 당정치국위원과 후보위원들만이 다닐 수 있는 특수진료부서이다.
노동당의 지도원급 이상은 평양의학대학병원을 이용하도록 돼 있으며 정무원의 과장급 이상은 평양 김만유병원을 다닐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중에서도 계급별로 국장급 이상은 특별1과를 찾고 과장급 이상은 특별2과를 찾는등 차별이 있다는 것이다.
86년4월 개원한 김만유병원은 북한에서 가장 현대적 시설을 갖춘 병원으로 16층짜리 고층건물 3개동등 모두 5개 건물로 구성, 병상 1천3백개를 갖추고 있는데 특권층외에 일부 중환자를 받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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