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폭력범·옥수수 훔친 경우에도 해당/“정치적이유 배제” 불구 매년 수십명 집행 북한의 「공개처형」을 알리는 공고문이 26일 국회정보위 월례회의에서 공개돼 충격을 주고있다. 먼 중세나 전쟁터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공개처형이 오늘날 북한땅에서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정부당국에 의해 그것이 공식 확인됐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이날 안기부가 사진으로 공개한 공고문은 「알림」이란 제목하에 『살인범죄자의 사형집행을 다음과 같이 합니다』라고 적은뒤 집행 장소와 시간등을 마치 지하조직의 대자보처럼 흘림체로 휘갈겨 써놓고 있다. 범죄자 이름은 「주순남」. 30세의 남자라고 돼있다.
이 사례는 이미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인터내셔널) 인권보고서에도 조사가 돼있는 내용이다. 지난해 이같은 사실이 앰네스티에 보고되자 같은해 10월13일 이철 주스위스북한대사는 『「인민의 요구」에 의해 공개처형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서를 앰네스티본부에 보냈었다. 앰네스티인권보고서에는 그러나 『주씨의 경우 「상습폭력범」이었으나 실제로는 「살인죄」로 판결받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대는 「미래의 세계」인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는 사형제도의 폐지를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사형제도에 관한 논란은 커녕 형법22조에 사형을 「노역을 통한 교화」와 함께 범죄자에게 부과되는 두가지 기본적 형벌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앰네스티가 밝힌 북한 형법에 의하면 사형은 우선 「통일·자주를 위한 혁명적 투쟁과 민족해방투쟁을 저해할 목적으로 제국주의자와 공모한 행위」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부과하도록 돼있다. 또 「제국주의자에게 국가기밀을 누설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부과하며 ▲국가를 배반하거나 망명·간첩죄· 이적행위(47조) ▲공화국 전복음모나 반역의 사주·주모·주요범(44조) ▲공화국을 반대하는 사상을 갖고 당·정과 애국인민들에 반대하는 폭력적 행위(45조) ▲살인, 특별히 중대한 경우(141조)에 대해서는 선택적으 로 부과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북한 형법의 특징이 그러하듯 사형에 관한 규정들 역시 용어자체가 애매모호하며 해석이나 적용이 자의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사형은 17세 이하나 임산부에게는 부과되지 않는 것으로 돼있긴 하지만 규정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사형은 극히 희귀한 경우에만 적용하고 있으며 정치적인 이유로는 어느누구도 사형이 선고되지 않는다』고 해명하고는 있지만 그 구체적인 사례나 통계는 일체 밝히지 않고 있다. 앰네스티의 조사에 의하면 북한에서는 매년 수십명씩 사형을 당하고 있다. 또 이와는 별도로 정치범수용소등에서는 매년 15명 정도가 공개처형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수년동안에는 특히 경제범죄에 대한 처벌에 사형이 적용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주순남」건 외에 정부와 국제인권단체등이 확보하고 있는 공개처형의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90년8월 황해도출신의 북청사범대생 1명이 옥수수 2배낭(약 10㎏)을 훔치는 과정에서 경비원을 살해, 동료학생과 주민등 2천여명이 보는 가운데 공개총살됐고 ▲89년9월 평남 안주시 협동농장원인 「고정갑」이 역시 옥수수를 훔친 혐의로 공개총살 됐다. 또 ▲92년4월에는 함북 청진경기장에서 축구경기도중 한 청년이 김정일을 비방하는 전단을 살포하고 구호를 외치다 현장에서 구타당해 즉사했다는 사례도 있다.【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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