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권신청 급증 전후최고 예상 이민으로 이루어진 국가인 미국에 유례없는 반이민무드가 고조되고 있다.
신규이민자의 자격요건이 날로 까다로워지는 것은 물론 불법체류자에 대한 각종 제재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신분불안을 느낀 영주권자들이 서둘러 시민권을 신청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미 이민관계 당국은 이같은 현상이 일시적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불법체류자가 늘어나면서 일정한 기간이 지난 후 이들에게 시민권과 똑같은 혜택을 부여해 온 지금까지의 관행이 없어짐으로써 미 이민정책이 크게 변한 것이다. 재정부담을 느낀 캘리포니아 텍사스등 규모가 큰 주정부가 앞장서 제재를 강화하면서 연방정부에까지 반이민무드가 확산되고 있다. 수년래 증가추세에 있는 이민자들의 범죄율 증가도 반이민정책 강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민자의 절대다수를 점하고 있는 히스패닉계를 중심으로 소수민족들이 연대, 반이민무드에 대응하고 있으나 곧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범죄퇴치법, 의료개혁등으로 세금부담이 한층 늘어나게 된 미국인들의 주머니사정등을 감안할 때 이들 반이민정책들이 완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캘리포니아주 주민들은 최근 불법이민자는 공립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없고 공립학교에서 교육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한 「주구제법안」(SOS·SAVE OUR STATE)을 발의, 이 안을 오는 11월 주민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전직 이민국장들인 앨런 넬슨과 헤럴드 이젤이 제안한 이 법안은 공립학교장은 학생의 입학허가전 학생의 법적 지위와 학부모의 적법이민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재학생의 경우도 불법체류자로 밝혀지면 퇴학시키고 불법체류자로 의심되면 관계당국에 고발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안은 또 주내 모든 공립병원들에 대해서 불법이민자에게는 임신부의 진찰등을 포함한 진료혜택을 주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안 제안자들은 지금까지 불법체류자들에게도 미국인과 거의 동등한 갖가지 사회보장혜택을 줘 사실상 밀입국을 조장해 왔다며 갈수록 악화되는 주정부 재정적자를 줄이고 납세자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이 법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최근 연방검찰은 불법체류자인줄 알면서 종업원으로 고용한 캘리포니아의 한 업주를 중범죄혐의로 이례적으로 기소했다. 지난 86년 불법체류자를 고용한 업주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 이후 업주가 기소되기는 주에선 처음이다.
연방이민국은 최근 로스앤젤레스의 한 공립학교에 재학중인 한국인 조기유학생이 신청한 방문비자의 유학비자 전환신청을 거부했다. 이민국은 신청자의 신분이 합법적이 아닌 이상 주정부가 연간 학생 한사람에 수천달러를 지원하는 공립학교의 무료교육혜택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인 조기유학생들의 경우 방문비자(B2)로 공립학교에 입학한 뒤 체류기간 만료일 이전에 유학비자(I 20)로 바꿔 상급학교에 진학해 왔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또 지난 3월부터 불법체류자 규제를 목적으로 운전면허증 취득 또는 갱신때 합법적 체류자격여부와 사회안전번호(SOCIAL SECURITY NUMBER·일종의 주민등록번호)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이달 들어 캘리포니아·플로리다·애리조나주에 이어 텍사스주도 연방정부를 상대로 불법이민자를 위해 사용한 50억달러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내놓아 반이민무드는 전미국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반이민무드가 고조되자 영주권자 가운데 시민권 신청자가 갑자기 늘고 있다. 미국연방이민국에 의하면 94∼95 회계연도에 미국으로 귀화했거나 귀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민자는 총 42만5천명에 육박, 전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로스앤젤레스=박진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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