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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력 양산정책/이행원(일요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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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력 양산정책/이행원(일요 시론)

입력
1994.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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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5학년도 4년제대학의 입학정원이 올해보다 2만명이상 증원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지난 88년 졸업정원제가 입학정원제로 환원될때의 2만여명 증원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한다. 4년제대학 입학정원의 이러한 파격적 증원은 선거때 『대학입학 정원을 단계적으로 자율화하겠다』고 공약한 김영삼정부가 두번째로 대학입학정원을 조정하면서 정원폭을 넓히려는 정책의지를 드러낸 것이어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고학력량산정책을 또다시 부활하겠다는 것인지를 그래서 묻게 되는 것이다.

 교육부가 9월초에 발표예정인 4년제대학의 내년입학정원은 올해 증원했던 1만1천8백여명보다 72%에 가까운 8천3백명 이상이 많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1백57개 4년제대학의 입학총정원은 26만명을 넘게된다. 고학력양산을 이처럼 해내도 괜찮을 것인가.

 고졸자의 80% 이상이 4년제대학엘 가야겠다고 아우성치는 우리현실에서 입학정원을 해마다 조금씩은 늘릴 수 밖에 없다는 불가피성은 인정한다. 그러나 무턱대고 대폭증원만을 계속해서는 안될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김영삼정부는 올해분 정원조정때도 93년 증원분 7천6백60명보다 56%가 많게 증원했었다.

 김정부에 와서 해마다 50% 이상씩의 대학입학정원을 증원해간다면 가뜩이나 형편없는 대학교육의 질이 더욱 떨어질 것은 분명하다. 대학강의실이 비좁아 터져나는 사태를 면키도 어렵게 될 것이다. 입학정원이 3천∼5천명이 넘는 규모 큰 국·사립대학들을 포함해 전국1백57개 4년제대학들의 절대다수가 교수확보율, 강의실, 실험실습 기자재, 도서관과 장서등이 선진국대학들과 비교가 안될만큼 빈약하다.

 재단전입금과 정부지원금 그리고 산학협동기금도 보잘 것이 없다. 거의 모든 사학들이 학생등록금에 의존해 대학을 꾸려가는 실정인 것이다. 때문에 정원의 「많고 적음」이 대학재정의 「부와 빈」을 가르는 척도가 된지 오래다. 그래서 대학들은 외형적인 팽창에만 골몰할뿐이다. 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수월성추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대학입학정원을 늘리고 늘려도 입학의 문이 여전히 비좁기만한 근본원인은 학부모들의 과다한 고학력풍조 때문이다. 「자녀에게 기대하는 교육수준」에 관한 일본 학부모들의 여론조사(91년) 결과를 보면 아들의 대학진학을 바라는 학부모는 54%, 딸의 대학진학기대는 23%에 불과하다.

 우리는 어떠한가. 아들은 96.5%, 딸도 93.7%가 꼭 대학을 보내야겠다고 벼를 정도로 학력중시풍조가 심화돼있다. 국민들의 달아오른 고학력열기는 고등교육기관의 취학률에 그대로 반영돼있다. 세계 제1인 미국(60.3%) 다음인 44.8%를 기록하고 있다.

 자녀교육에 가장 열성이라는 이스라엘(34%)을 제쳤고 대학교육이 오래 전에 정착된 영국(22.8%), 프랑스(34.5%), 독일(26%) 그리고 경제부국 일본(30.1%)을 앞서가고 있다. 정말 이것을 좋다고만 할 것인가.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가 자녀교육이라도 많이 시켜 인적자원으로 국제경쟁에서 적자생존할 수 밖에 달리 무슨 방도가 있느냐. 그렇다면 국민들의 고학력열기를 북돋워줘야 할 일이지 『그게 왜 걱정거리가 되느냐』면서, 70년대 경제개발의 초석이 됐던 고학력양산을 반증으로 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지가 않다. 70년대는 고등교육기관의 취학률이 10% 안팎일 때의 일이다. 이제는 우리의 고학력 열기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고학력열기는 국민들의 마음속에 출세주의교육관만 심어 놓아 2세교육자체를 망가뜨린다. 초·중·고교의 교육현장이 점수따기식의 입시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파행교육을 면치 못하는 근본원인도 비틀린 고학력풍조에서 연유됐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깨끗한 사무실에서 볼펜이나 굴리며 편하게 살아야겠다는 소위 3D 현상도 잘못된 출세관을 낳게 한 고학력풍조 때문이랄 수 있다. 제조업을 비롯한 생산현장의 엄청난 기능인력난이야말로 실속없는 고학력풍조가 낳은 표본적인 역기능인 것이다. 대졸자들의 취업난도 만만치가 않다.

 국민들의 고학력화가 보다 나은 개개인의 삶의 질과 그리고 국부와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비록 얄밉기는 하지만 그것을 잘 조화시켜가는 일본에서 우리는 배워야 할 것 같다. 그리하여 대학을 좀 덜 가고서도 손해보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직속 교육개혁위원회(교개위)의 교육개혁과제중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없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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