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잔치 대신 가족문집 냈죠”/핵가족시대 화목한 가정 본보기 10년전 설날아침 시아버지가 며느리에게 지어준 한시한편이 한권의 책이 되어나왔다. 시아버지의 시를 곱게 간직해오던 며느리가 시아버지의 고희기념으로 가족문집을 내자고 제의, 온가족의 글을 모아 책을 펴낸 것이다. 책이름은「자굴산에서 악양루로」.자굴산은 경남의령군에 있는 산으로 시아버지 전병조씨(70·전마산중고교사)의 고향이고 악양루는 의령의 명승지중 한 곳이다.
『10년동안 아버님의 시를 소중히 간직하면서 언젠가 아버님 글로 책 한권 엮어드리리라 마음 속에 다짐하고 지내왔지요』 칠순생신을 앞두고 가족들이 아버님께 무슨 선물을 해드릴까 의논하던중 맏며느리 이영숙씨(43)는 이제까지 마음속에 묻어둔 약속을 제의했고 모두 반갑게 찬성했다.
석달만에 시아버지·시어머니와 3남3녀의 아들, 딸, 사위와 며느리, 그리고 손자·손녀들이 각자의 이야기 거리들을 글로 써냈다.
시아버지는 평소 자신이 써온 한시들을 묶었고 시어머니(이섭씨·69)는 내방가사체로 평생 살아오며 눈물겨웠던 과거를 회상했다.
아들과 딸, 며느리·사위들은 의사·회사원·교수·교사·사업가·아나운서·주부로서 자신들의 삶이나 전공과 관련된 이야기를 썼다.
『18대째 문집이 내려오는 가문의 딸답게 시어머님께서 가장 원고를 먼저 써주셨어요』 『아이들은 어른의 아버지라고 하더니 정말 겁도없이 쉽게 평소 생각했던 걸 잘도 써 내려가더군요』 『평소 안쓰던 글을 쓰려니 우리들(아들 딸 사위 며느리)이 제일 난감하더군요』 『아버님의 칠순을 축하드리는 잔치대신이라고 생각하고 재롱부리는 마음으로 썼지요』 『둘째 사위(김환길씨·43)가 가장 많이 고생했어요. 원고정리와 교정까지 책임졌지요』
책이 나온 후 막내 미숙씨(36)의 글이 재미있다는 말을 제일 많이 들었다.
가족들은 이 책이 부모님의 은공을 기리는 것일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요즘같은 핵가족시대에서 삼촌이나 고모부가 어디서 어떻게,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알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여기고 있다.【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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