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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춤 논쟁 가열/“유희본능에 기초한 카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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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춤 논쟁 가열/“유희본능에 기초한 카니발”

입력
1994.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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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정서 강조한 신명풀이”/김욱동교수 “서구이론 적용 가능” 주장에/국내파 학자들 “지식 종속적인 생각” 반박 우리의 전통 가면극인 탈춤이 인간의 유희 본능을 표현한 카니발이라는 주장과 민중 정서를 강조한 신명풀이라는 견해가 논쟁으로 발전하고 있다.

 탈춤의 본질문제부터 연구시각, 방법론에 이르기까지 대립하고 있는 이 논쟁은 우리 문화에 대한 외국이론의 적용여부를 두고 해외파학자와 국내파학자의 견해차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해 흥미롭다.

 논쟁은 김욱동교수(서강대 영문학과)가 최근 발간한 「탈춤의 미학」(현암사간)에서 조동일교수(서울대 국문학과)의 탈춤연구를 비판하면서 시작됐다.

 80년대부터 국내에 포스트모더니즘을 본격적으로 소개해 온 김교수는 이 책에서 『기존의 탈춤연구가 편협한 국수주의적 입장에 사로잡힌 나머지 그 내용과 본질을 과장했다. 탈춤은 인간의 유희본능에 뿌리를 둔 카니발의 한 형태로서, 서구의 이론틀로 분석할 때 풍부한 해석이 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탈춤은 자연의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면서 해학과 웃음에 뿌리를 두고 있고, 「광란의 향연」이라는 점에서 서구의 카니발과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존연구가 양반과 농민, 양반과 하인의 갈등을 부각시켰다는 이유만으로 탈춤의 주제를 계급투쟁으로 해석한 것은 민중콤플렉스에 빠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교수의 제자인 임재해교수(안동대 민속학과)는 「출판저널」최근호에 기고한 서평을 통해 김교수의 주장을 「서구이론만을 추종하는 지식인의 식민지적 징후」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는 『탈춤이 민중의식의 성장과 함께 발전했다고 보는 기존 연구자들을 사회주의자로 몰아가면서, 한편으로 자신은 북한의 성과를 무분별하게 인용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헌선교수(경기대 국문학과)도 「현대문학」9월호에 쓴 「탈춤연구의 학문적 야유에 대해서」라는 글에서 『김욱동교수의 논리는 탈춤의 성장배경을 연구하지도 않고, 또 국내연구를 검토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서구의 접근방법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김욱동교수는 『보편성을 추구해야 하는 학문에는 「신토불이」가 있을 수 없다. 전공학문의 경계와 외국이론의 혐오증에서 벗어나 진지하게 토론하는 자세가 아쉽다』고 밝혔다.

 탈춤을 역사민속학적 입장에서 연구해 온 이두현서울대명예교수는 『서구이론의 틀로 탈춤을 해석하려는 시도는 새로운 힌트를 줄 수 있어 바람직하지만 우리 것으로 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중도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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