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는 없고 저마다 한건주의/대북정보 소화능력도 난맥상” 정부의 통일외교안보팀에 대한 민자당의 불신감이 노골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외교안보팀의 정책혼선과 팀웍갈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당안팎에서 제기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당내의 비판강도와 내용은 이전과 사뭇 다르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와 같은 외교안보진용으로는 예상되는 남북관계의 변화와 북한핵문제의 격랑을 효과적으로 헤쳐나가기 어려우니 지금이라도 문제의 소재를 정확히 짚어 팀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외교안보팀의 인책론을 주장하는 이러한 얘기는 갈수록 당내에 공감대를 넓혀가는 추세이다.
민자당이 전례없이 목소리를 높이는 배경은 몇가지로 짚어볼 수 있다. 우선 직접적인 계기는 한승주외무장관의 『북한핵이 과거핵의 투명성을 보장한다면 특별사찰의 형식과 명칭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발언이낳은 파문이다.
청와대가 즉각 한장관의 발언을 『시의적절치 못하다』고 정면부인함으로써 야기된 청와대와 외무부간의 갈등은 한때 주도권다툼 양상으로 전개되다가 통일안보정책 조정회의를 거쳐서야 비로소 일단락됐다. 그러나 『북한의 과거핵규명을 위해 특별사찰을 포함한 실질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회의결과의 해석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는데다 이번에도 외교안보팀의 잦은 불협화음을 초래해 온 요인들에 대한 분석과 근본처방을 피해나간 흔적이 짙다.
민자당이 이번 혼선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안보팀의 대수술을 요구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바꿔 말해 같은 사안을 다루는 부서 또는 사람간에도 접근방식과 대응전술 및 목표의 차이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 충분한 토론과 협의채널을 거쳐 정부입장이나 정책이 하나의 결론으로 표현돼야 하는 것은 상식인데도 실상은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한장관과 청와대 정종욱외교안보수석간의 대립으로 표현된 이번 갈등의 전개과정을 살펴보면 「큰일낼 구멍」들이 도처에 발견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당국자들의 이견을 완충해내는 협의채널이 없는데다 저마다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체제에 익숙한 탓에 한건주의적 발상이 빚어낼 국민적 혼란과 대외적 신뢰도의 실추를 제대로 계산하지 못하는게 오늘날 외교안보팀의 현주소라는 것이다.
특히 특사교환문제나 김대통령의 방중해프닝등에서 표출됐던 팀내의 문제를 매번 봉합하는 형식을 취해오다 보니 당국자간 사전의견조율보다 대통령의 「신임」을 우선하는 왜곡된 관행이 구조화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일성사후 한동안 정부가 대북입장을 정리하지 못해 온나라가 여름내내 소모적인 조문논쟁에 휘말린 것도 따지고 보면 팀플레이가 안되는 허점때문이란 확대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또 하나 민자당이 지적하는 것은 최근 여기저기서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대북정보 및 첩보를 소화해내지 못하는 당국의 난맥상이다. 이런 지적의 상당수는 안기부를 겨냥하게 되지만 최근 정부고위당국자가 서방소식통을 인용해 언급한 「북한 외교단지내 김정일타도 전단살포」 파문도 한예로 거론된다.
즉 북한내 권력암투설의 중요단서가 될 수 있는 이 얘기를 들었다면 불쑥 던지기보다 최소한 전단을 구해 내용이 뭔지를 알아보려는 노력을 먼저 기울이는게 마땅한 순서였다는 비판이다.
이와 관련, 당의 고위관계자는 『이러한 제반 흐름을 쫓으면서 문제의 맥을 짚어보면 문제는 구조보다 사람』이라며 『사안의 성격과 당입장 때문에 이를 공개거론키 어려울 뿐 「이 팀으로 안된다」는 인식은 광범위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9월들어 3단계 북미고위급2차회담과 북한―IAEA의 협의등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현실적으로 말(마)을 바꾸기가 쉽지 않겠으나 상처투성이의 현 외교안보팀은 더 늦기전에 어떤 식으로든 재정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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