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극단·극장대표 구속 품신/검찰 “보강수사”반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6일 외설시비를 불러일으킨 연극 「미란다」를 공연한 포스트극단 대표겸 연출가 최명효씨(39·예명 문신구), 락산소극장 대표 황규학씨(27)등 2명과 주연 여배우 김도연양(23)등 3명을 공연음란혐의로 사법처리키로 했다.
경찰은 이날 최씨와 황씨 등 2명은 구속, 여배우 김양은 불구속입건하겠다고 검찰에 품신했으나, 검찰은 『연극 미란다가 음란죄에 해당한다는 객관적 자료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첨부하라』고 지휘했다.
연극의 외설성을 이유로 관계자들을 사법처리키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연극계 일부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고 반발, 논란이 예상된다.
연극 「미란다」는 정신착란자가 젊은 여성을 납치해 애정을 구하는 내용인 영국 존 파울즈 원작 「콜렉터」를 최씨가 임의로 각색한 것이다. 지난 6월16일부터 서울 종로구 동숭동 락산소극장에서 하루 2회씩 모두 6천5백여명의 관객이 관람한 이 연극에서 여배우 김양은 완전나체로 10여분간 성행위 등을 연기, 물의를 빚었었다.
극장 대표 황씨는 연극내용이 외설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면서도 영리를 목적으로 최씨에게 공연료 2천5백만원을 주는 대신 수익금을 전액 갖기로 하고 공연토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여배우 김양은 최씨와 「나체로 뒷모습만 5초간 보여준다」고 계약했으나 최씨가 점차 무리한 요구를 했고 계약한 출연료 5백만원도 받지 못한점을 감안해 불구속입건키로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근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외설연극이 급증하고있어 경각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사법처리하게 됐다』며 『연극계와 학계전문가들로부터 음란성 판단기준을 의뢰받아 충분한 검토를 거쳤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에따라 공연윤리위원회의 『연극 미란다는 음란성이 있다』는 답변자료 등을 첨부, 금명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날밤 최씨 등을 일단 귀가시켰다. 경찰은 유사 외설성 연극으로 지적받고 있는 「다카포」 「불 좀 꺼주세요」등에 대해서도 사법처리를 신중검토중이다.【이충재기자】
◎전격 조치에 문화계 충격/불똥 우려속 “외설판정 관객에 맡겨야”
「저질연극」 혹은 「벗는 연극」 시비로 물의를 일으켰던 연극 「미란다」의 제작자와 극장주에 대한 경찰의 사법처리방침은 문화계에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 연극외에도 최근 무대에 올려진 노출이 심한 연극 10여편에 대해서도 경찰이 내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연극인들은 외설논란이 일 때마다 사법적 제재로 이어질 경우 예술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키게 되지 않을까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경찰은 연극 「미란다」가 『국민의 보편적인 정서를 상당히 벗어나 충격을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번 기회에 경각심을 고취시키지 않으면 벗는 연극이 더욱 성행될 것이 예상돼 미풍양속을 정착시키기 위해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연극인들은 이 작품의 예술성에 대해 회의를 품으며 최근 우리 연극의 흐름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우려해 왔다. 예술성이 담긴 재미있는 연극을 만들기보다는 편하게 관객을 끌수있는 「벗기는 연극」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극인들은 이번 사태가 사법처리로까지 비화되자 다른 연극으로까지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또 외설에 관한 처벌을 경찰의 사법적 잣대에 의지한다는데 대해 원론적인 의구심도 품고 있다.
권성덕국립극단장은 『연극은 다양해야 한다. 이 연극을 칭찬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법조치가 최선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연극평론가 이혜경씨도『「미란다」 외에도 비도덕적이며 성적인 상상을 일으키는 연극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번 조치로 그런 연극이 잠정적으로 정리되기는 하겠지만 근본적인 대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급 연극을 만들 수 있는 여건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연극계는 경찰의 이번 조치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외설시비에 대한 판정을 연극계와 관객에 맡겨야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이현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