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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회가 떠맡을 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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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회가 떠맡을 때(사설)

입력
1994.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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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홍서강대총장이 엊그제 여의도클럽초청토론회에 나와 그동안 우리사회에 잇단 충격과 파문마저 야기한바 있었던 주사파관련 발언들을 마무리하고 자신의 입장을 밝힌바 있다. 우리는 박총장이 그 자리에서 보여준 나라와 젊은이들의 장래를 걱정하는 그 특유의 열정적 자세에 또한번 깊은 인상을 받았음을 먼저 밝히고자 한다. 아울러 몇가지 감회도 억누를 길이 없었다.

 우리가 받은 그 깊은 인상이란 물론 박총장의 굽힘없는 용기와 확신 때문일 것이다. 그는 교육자이자 종교인으로서 국기마저 흔들 수 있는 위험한 주사파의 실체에 대해 시종여일하게 토로·고발했으며, 그동안 자신의 발언으로 야기된 파문들에 대해서도 입장을 분명히 했던 것이다.

 우리는 때로 격앙의 감정을 불사하는가 하면 눈물마저 보인 박총장의 그 토론모습을 보며 이번 주사파문제를 다음의 몇가지로 정리할 수가 있겠다.

 먼저 박총장은 우리사회의 주사파문제에 관한한 일단 할 바를 다했다고 봐야겠다. 혼자 힘으로 그 정도로까지 문제의 심각함을 제기했으면 이제부터는 우리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그 일을 가로 맡아야 함을 하루빨리 인식해야 할 때인 것이다.

 그런데도 일부 지엽적 파문에 대해 오히려 박총장을 비방하거나 증거를 요구하는가 하면, 국가공권력에서마저 가만히 앉아서 자료만 요구하는 어처구니없는 해프닝마저 벌어졌음은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고보면 우리 공권력이나 일부 재야등 정치권에서는 정통성있는 문민정부의 탄생 및 잇단 공산국가 붕괴사태를 보고서도 주사파문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정리를 마냥 게을리하고 미루어만 오다 한 용기있는 지성인의 문제제기로 그만 허를 찔린 셈이 아니었던가 묻고 싶어지는 것이다.

 검찰등 국가공권력은 이제부터라도 가공할 「내부의 적」인 주사파가 7백50명인지 1만5천여명인지를 더이상 박총장에게 따지지 말고 힘을 총동원해서라도 주사파의 발본에 나서야 할 때다.

 재야와 정치권도 주사파문제를 한때의 파문으로 보고 무조건 피하고 보자는 얄팍한 자세에서 벗어나야 할 때인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일부 국민들은 우리 정치권이나 재야가 주사파문제를 놓고 사상적 혼미를 거듭하고 있지 않는가 의심해 왔었다. 그래서 이럴 때야말로 국민 앞에서 오히려 색깔을 분명히 해야하지 않겠는가.

 주사파문제를 불행했던 지난 독재시절의 사상적 퇴적물이라고 보는 시각이 없었던건 아니지만 이제 그런 변명이 더이상 통할 수가 없게 되었음은 이번 파동으로 더욱 확실해졌다.

 당국의 철저한 단속의 한편에서 우리 교육계와 가정 및 사회도 그 「어둠의 자식들」을 잘못된 사상의 늪에서 구해내는데 더이상 주저함이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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