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과소비냐… 적정소비냐/가계씀씀이 커지면서 논란재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과소비냐… 적정소비냐/가계씀씀이 커지면서 논란재연

입력
1994.08.26 00:00
0 0

◎“소비내용 불건전”“성장 걸맞다”/지출 2년만에 최고… 성장률은 밑돌아/증가폭 급상승·모방심리 확산 더문제 과소비인가 적정소비인가, 아니면 소비패턴의 선진화인가. 급속한 경기확장으로 가계의 씀씀이가 커지면서 과소비 재연에 대한 논란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선 『경기가 좋아지면 지출도 많아지는건 당연하다. 지금은 고도성장에 걸맞은 적정소비상태』라고 주장하는 반면 또다른 일각에선 『소비내용이 건전하지 못하다. 3∼4년전 거품경기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했나를 생각하면 지금의 소비행태를 그저 호경기 때문이라고 넘길 수만은 없다』고 반박한다.

 올 2·4분기(4∼6월)중 민간소비지출은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7.6% 늘어났다. 92년 1·4분기(8.5% 증가) 이후 2년여만에 최고 수준이라고는 하나 아직은 경제성장률(8.1%)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과열거품을 앓았던 90, 91년엔 민간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각각 1.1% 및 0.4%포인트 웃돌았었다. 한국은행 김시담이사는 『GNP증가율보다 민간소비증가율이 낮다는 것은 최소한 소비가 경기를 이끌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은 과소비가 재연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사실 경제활동의 최종 목적이 소비고 과다소비 만큼 과소소비도 문제인 이상 성장에 걸맞은 소비수준은 필요하다. 제품생산의욕을 자극하고 경기를 호전시키는 순기능을 갖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가 성장을 밑돌았던 2·4분기 거시지표만으로는 결코 지금 상태를 과소비로 규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소비증가속도와 그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성장이 소비를 상회했다고는 하나 경제성장률은 1·4분기 8.9%에서 2·4분기엔 8.1%로 낮아진 반면 사람들의 씀씀이(민간소비)증가율은 는 같은 기간 6.8%에서 7.6%로 오히려 높아졌다. 이같은 추세라면 추석 연말등 굵직한 대목이 끼여 있는 하반기에는 소비증가율이 GNP성장을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경제사회연구원 정순원박사는 『과소비는 이미 나타나고 있으며 경기흐름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소비의 대형화 ▲중저소득층의 모방소비경향 ▲외상소비급증등을 그 예로 들었다. 승용차 가전제품등 내구성소비재는 대형화·고급화추세 속에 2·4분기중 12.1%나 증가했고 룸살롱 일식집등 먹고 마시는 업종매출은 작년 연간증가율을 배 이상 웃도는 8.5% 가량 신장됐다. 특히 경마장매출과 복권매출이 각각 75% 1백16%나 느는등 오락서비스지출이 상반기중에만 26%나 증가, 90년대들어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과소비가 만연했던 90∼91년에도 오락서비스지출증가는 9∼16%에 불과했었다.

 물론 우리경제가 「삶을 유지하는 필요성소비」에서 「삶을 즐기는 선택적 소비」로 변화되는 선진국형 소비패턴의 정착일 수도 있다. 소득이 늘면 좋은 차를 타고 고급식당에 가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는 과소비의 여유가 없는 중저소득계층에까지 이같은 모방소비심리가 확산된다는 점이다. 럭키금성경제연구소 김주형박사는 『소비는 이미 선진국형에 가까워졌지만 과연 경제·소득수준도 선진국에 도달해 있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80년대말 3저호황이 끝나자 정부는 조급하게 건설경기에 불을 당겼고 부동산값은 폭등을 거듭했다. 9%대의 고도성장과 집값상승을 보고 사람들은 실제 자기소득이 늘어나지 않았음에도 흥청망청 쓰기 시작했고 결국 경제는 거품을 일으키며 긴 불황의 터널로 들어갔다. 신3저가 끝나고 호경기가 언제 막을 내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부동산마저 흔들린다면 요즘의 소비행태(설령 과소비상태가 아니더라도)가 90∼91년의 악몽을 재연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이성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