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통일문제·충성모임 동향보도와 판이/“지금 어려운상황” 인정 「내부이상」 뒷받침 평양의 외국공관단지에 김정일 타도 전단이 살포됐다는 19일밤과 20일 새벽 이후 북한 언론들은 필요 이상이라고 느낄 정도로 김정일지지와 단결을 애써 강조하는 논조를 연일 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는 기정사실화된 김정일의 공식추대를 앞둔 「바람잡기」인 것으로 일단 풀이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오히려 북한 내부에 분명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는 심증을 더욱 굳혀주는 대목이다.
북한언론들은 전단사건 전까지만해도 제5차 범민족대회와 통일문제를 주로 부각시키면서 한편으로는 「직맹」「농근맹」「여맹」등을 동원한 김정일 충성모임을 선전해 온 것이 주요 동향이었다. 대남비방방송의 강도가 드세진 것도 특이 동향중 하나였다.
그러나 21일부터 북한 각 언론들의 논조는 김정일지지와 일심단결을 누누이부각시키려는 듯한 의도를 분명히하고 있다.
첫 징후는 21일 상오11시10분 북한 대내용인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나타났다.
중앙방송은 이날 수령의 후계자문제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한 김일성의 교시를 소개한 뒤 김정일의 권력승계를 당연한 귀결점으로 내세우면서 이른바「야심가, 음모가들의 배신행위」를 경계하고 나왔다. 이는 이미 김정일이 92년10월10일 조선노동당 창건47주년을 맞아 발표한 「혁명적 당건설의 근본문제에 대하여」라는 논문을 거의 대부분 인용한 것이기도 했다. 권력승계가 늦어지는 가운데 전단살포사건 직후 이같은 경고성 메시지를 새삼스럽게 재차 강조한 점이 바로 「이상설」을 뒷받침하는 부분이다.
22일 평양방송은 『일심단결을 실현하는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령의 혁명사상을 유일사상으로 하는 사상의 일심단결』이라면서 『우리는 충성을 다하는 것을 마땅한 도리로 여기고 지도자 동지를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같은날 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지금 전국 각지의 당원들과 근로자들은 김일성수령님의 혁명사상연구실 운영등을 통한 학습을 강화하면서 김정일동지의 영도를 충성으로 높이 받들기 위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북한전문가는 이에대해 『20년 이상 후계자 준비를 해온 김정일에 대해 특히 비방전단 살포사건 이후 새삼 충성을 강요하는 것이나 「일심단결」을 강조하는 것은 일단 북한내부에 무언가 동요가 있다는 반증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노동신문은 이날짜 사설에서 『김정일동지는 우리식 사회주의의 운명이고 백전백승의 기치』라며 『전체 당원과 근로자들은 그가 있는 한 우리식 사회주의위업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필승의 신념을 안고 당과 수령의 두리에 더욱 일심단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이어 24일에는 「위대한 혼연일체」라는 제목의 정론에서 현재 북한 상황을 「매우 어려운 시기」라고 지적한 뒤 『김정일동지는 현재의 온갖 고난과 슬픔을 이겨내고 당과 국가·군대를 장악, 인민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또 김일성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체제나 주민들이 흔들리지 않고 있다며 『이는 또 하나의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동지께서 서 계시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김정일을 중심으로 한 단결을 강조했다.
북한의 관영매체들은 통상 내부적 이상이 있을 경우 이를 숨기면 숨겼지 먼저 드러내지는 않는 것이 일반적인 행태이긴 하다. 「어려운 시기」란 것도 「위대한 수령」이 갑작스럽게 죽었으니 그럴 법도 하다. 하지만 권력승계의 지연과 전단살포사건등으로 외부세계가 모두 의심의 눈초리로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북한이 스스로 「어려운 시기」임을 인정하면서 「단결」을 강조하는 것은 심상찮은 내부 움직임의 한 단면을 표출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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