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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의 남과북/유동희 북경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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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의 남과북/유동희 북경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4.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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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수교전 북경으로 출장온 홍콩특파원들은 한두번씩은 북한식당을 찾게 마련이었다. 중심가 근처의 평양냉면관이나 금강원은 물론「단고기」를 맛보자며 중심가에서 멀리 떨어진 아시아선수촌에 있는 유경식당까지 먼 걸음을 하기도 했다. 92년 5월 조금은 주저하며 북한식당에 처음 들렀을 때 남북한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어울려 식사하던 광경이 깊은 인상으로 남아 있다. 물론 수교이전에도 북경에 한국식당이 있었지만 북한식당이 「진짜배기 북한음식」과「수준급의 용모를 지닌 북녀종업원」등 몇가지 비교우위를 갖고 있어 남한고객들도 상당수 북한식당을 이용했었다. 그러나 한중수교후 2년이 지난 지금 북한식당은 파리를 날리고 있다. 제법 시설이 좋았던 금강원은 올해들어 슬그머니 문을 닫았고 평양냉면관과 유경식당도 성업중이던 수교이전에 비해보면 쓸쓸해 보인다. 반면 한국식당중에는 새로 더 큰 매장을 신설하는등 장사가 잘된다.

 이처럼 명암이 갈린 이유는 무엇일까. 북핵사태에 따른 남북간의 긴장고조에 탓을 돌릴수만은 없을 것같다. 북한식당들이 시장의 경쟁논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보다 큰 이유일 것이다. 평양냉면관 식당앞에는 2년전과 마찬가지로 「영업시간 상오 11시부터 하오 2시, 하오 5시부터 8시까지」라고 고지돼있고 시간이 끝나면 손님들에게 서슴지 않고 나가달라고 요청한다.

 이처럼 호경기 상황에서 불경기인 북한식당을 보며 중국무대에서조차 한국이 북한을 압도하고 있다는 생각은 그러나 북한대사관을 보면서 다시 고쳐진다.

 외교단지내 위치좋은 곳에 자리잡은 북한대사관은 미국대사관보다도 규모가 크다. 아직 전세살이 신세를 못면하는 한국대사관은 새로운 외교단지내에 부지를 확보했지만 설사 공관이 마련된다해도 중심가에 가까운 북한대사관보다 입지상의 우위를 점할 수는 없을 것같다. 한중수교 2주년을 맞았지만 시장 경제의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 부분에는 아직까지 북중간에 한중보다 더한 우대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덩치 큰 북한대사관이 상징하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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