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생산체제 지양 “아이디어 판다”/인구5백만… 기술·경쟁력 유럽1위 유럽대륙의 북쪽끝에 위치한 덴마크는 항상 평야와 한가로운 젖소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덴마크 정부관리들은 농업국가로 인식되는 것에 대해 거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덴마크 공업성의 해외투자유치 책임자인 폴머 피터슨씨는 『아시아에서는 아직도 덴마크를 농업국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한국이 심하다. 덴마크를 방문하는 한국인의 대부분이 농협이나 축협관계자들이고 한국의 언론인들도 덴마크의 협동조합이나 농업정보제공시스템에만 관심을 가진다. 그러나 덴마크는 60년대중반에 이미 농업국가에서 벗어났다』고 강조했다.
피터슨씨가 아직도 의아해하는 기자에게 제공한 통계에 의하면 덴마크의 수출중 공산품의 비중은 이미 지난 63년을 전후해 농산품을 앞지르기 시작해 92년에는 공산품이 약 70%를 차지한 반면 농산품은 20%선이었다.
덴마크 제조업체들의 활약상을 들여다보면 더욱 확실해진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어린이용 완구생산회사인 레고사는 1932년 덴마크의 소도시 빌룬트에서 문을 열어 세계 10대 완구회사로 성장했다. 세계 음향측정기 시장의 80%는 부루엘 앤드 캘러등 덴마크의 3개회사가 차지하고 있다. 독특한 디자인과 기능통합으로 「오디오의 귀족」으로 불리기도 하는 「뱅 앤 올롭슨」도 덴마크제품이며 선박용 디젤엔진시장에서는 알아주는 「비 앤드 더블유」도 덴마크 회사다.
이처럼 덴마크의 기술과 경쟁력이 우수한데도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는 이유를 덴마크 공업협회의 해외시장담당 닐스 네터스트롬씨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의 제조업기술은 작고 특수한 분야에서 아주 전문화돼 있다. 기업들의 기술력과 제품의 질은 뛰어나지만 종업원은 많아야 1만명을 넘지 않는다. 또 덴마크가 자랑하는 산업은 일반인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분야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면 덴마크에는 자동차회사가 없다』
뱅 앤 올롭슨사의 종업원은 2천2백여명에 불과하다. 이 회사의 앤더스 넛슨사장은 『우리는 대량생산을 통한 가격경쟁력을 중요시하지 않는다. 인구 5백만의 덴마크가 어떻게 대량생산에 승부를 걸 수 있겠는가. 우리는 아이디어를 판다. 다른회사 제품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독특하고 우아한 제품디자인과 하나의 리모컨으로 전제품을 콘트롤하는 기능통합등으로 뱅 앤 올롭슨은 확실히 다르다는 인상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준다.
덴마크는 93년 스위스에 있는 세계경제포럼의 산하기관인 IMD(INTERNATIONAL MANAGEMENT DEVELOPMENT)가 평가한 국가경쟁력조사에서 유럽 1위, 세계에서는 일본과 미국에 이어 3위를 차지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그러나 덴마크의 산업관련자들은 대부분의 산업기술의 모태는 농업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다. 칼스버그로 상징되는 맥주산업등 덴마크의 발효기술이 뛰어난 것도 농업과 관련을 맺었기 때문이고 기계공업의 발달도 농업기계화를 모태로 시작된 것이다. 보이지 않는 분야에서 철저한 전문화와 최고의 기술을 지향하는 덴마크산업은 덴마크가 낙농에 의존하는 농업국가라는 인식을 거부하고 있다.【코펜하겐=송용회기자】
◎창의성·개성 키워주는 덴마크 레고랜드/완구회사 레고그룹서 빌룬트시에 조성
레고랜드는 덴마크 어린이에게 꿈이고 동심이며 또한 교과서이다.
12만㎡의 넓이에 물경 4천2백만개의 레고브럭으로 만들어진 레고랜드는 갖가지 형형색색의 구조물이 마치 조그만 지구를 연상케 한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1년에 줄잡아 1백만명. 레고랜드가 자리잡은 빌룬트라는 도시가 전부해야 4천2백여가구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이곳은 레고의 천국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항구와 비행장, 나무, 동물등 언뜻 보기에 마치 완제품같은 레고랜드의 가족들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하나가 조그만 레고브럭으로 생명을 얻은 레고의 결정체이다.
홍보를 맡고있는 한느 부트럽씨는 『레고랜드는 당신의 앞마당에도 만들수 있습니다』라는 말로 레고가 추구하는 가능성의 세계를 설명했다.
장난감 브럭만으로도 사랑의 창의성과 개성을 얼마든지 발휘할수 있다는 이야기다.
레고랜드의 창의성과 다양성의 존중은 레고그룹의 제품철학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배를 만들수도 있고 집을 지을수도 있습니다. 내일이면 그 집은 훌륭한 모터카가 됩니다』
3백60여가지의 제품을 만드는 레고브럭의 미학은 그래서 끊임없이 변화하며 어린이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레고그룹의 또다른 특징은 제품에 대한 솔직함과 자신감에 있다.
레고상품이 신뢰를 생명으로 하고있고 또 이것이 먹혀들고 있는것도 이런 사소하면서도 세심한 고객에대한 배려에 그 힘이 있다.
레고사의 해외담당책임자인 폴 라스무센씨는 레고의 마케팅전략을 소개하면서 『가격이 비싼 만큼 좋은 품질로 승부한다』는 경영전략이 오늘날 레고의 명성을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생후6개월부터 16살까지 고객층의 지능분석을 통한 상품의 세분화, 문화적 차이를 제품의 다양성으로 발전시킨 개방적인 사고도 오늘의 레고를 만드는데 한몫했음은 물론이다.
『16세이하 자녀가 있는 독일가정 1백가구중 94가구는 레고상품을 가지고 있습니다』
올해로 62돌을 맞은 레고사의 위력을 웅변해주는 말이다.【빌룬트=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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