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개발지 많고 투자선점땐 “막대이득”/텍사코사 등 사할린·북극해지역 모색/러시아선 “마지막국부”… 개방 저울질 『러시아유전을 잡아라』
서방 석유메이저들이 러시아유전에 눈독을 들이고 있으나 좀처럼 「빗장」이 열리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러시아정부는 최근 의회가 마련한 자국유전에 대한 외국투자 법안을 거부하고 석유수출쿼터 제도의 철폐 및 외국합작기업에 대한 특별세제 지원책도 연기하는등 유전에 대한 「대외 개방」을 제한했다.러시아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석유가 러시아 경제의 생명줄인데다 외화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등 사실상 마지막 남은 「재산」이기 때문이다.
한편 서방 석유메이저들은 러시아가 세계석유의 확인된 매장량중 5%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아직 미개발 상태인 유전도 엄청나게 많아 지금 투자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경우 막대한 이득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대러시아 유전 투자여건은 매우 열악하다.우선 기존의 유전시설이 낡고 구식이어서 전부 교체해야 될 형편이며 정유시설등을 개·보수하는데도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도로등 사회간접자본에도 투자가 시급하고 환경보호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중앙정부와 각 자치공화국,주정부간의 소득 배분문제도 분명치 않아 이중,삼중의 계약이 필요한데다 관계법률도 정비되지 않았다.또 러시아 각 정파들간에 석유부문의 외국투자 허용에 대한 견해가 서로 달라 자칫하면 거액의 투자가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으로 바뀔 위험도 있다.
서방 석유메이저들은 그러나 러시아가 현재 석유산업의 상황으로 볼때 외국의 투자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러시아 석유산업은 침체일로의 길을 걷고있다.
지난 88년 1일 기준 1천2백60만배럴이었던 석유생산량은 현재 그 절반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며 올들어 지난 5월까지의 생산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나 줄었다.채굴시설의 노후화로 인해 러시아의 대표적 유전인 투멘지역의 경우 매년 2천개의 유정을 막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러시아정부의 저유가 정책으로 정유회사들이 생산회사에 제때 비용마저 지불하지 못해 노임체불은 물론 장비 및 부품공급도 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러시아정부는 석유 생산량을 늘려 수출을 증대, 외화수입을 증가시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으나 석유라는 국부를 외국기업에 팔아 넘긴다는 일부정치권의 비판과 국내석유업체들의 강력한 반발등을 고려,외국기업의 투자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서방 석유메이저들은 러시아내의 이같은 사정을 고려,개발을 전혀 하지 않은 곳이나 새롭게 탐사를 통해 개발할 수 있는 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방법을 모색하는등 조심스런 접근을 하고 있다.
미마라톤그룹의 주도로 국제 컨소시엄이 사할린해역의 유전개발에 1백억달러를 투자키로 한 것이나 미텍사코사가 러시아 북극해지역에 투자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사례들이라고 할 수 있다.
모스크바 주재 서방 석유회사들은 올해말이나 늦어도 내년말까지는 석유와 관련된 법률이 정비돼 외국기업의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 서방기업들은 루코일등 러시아의 대형 석유회사들과 협력관계를 맺는등 장래의 투자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이미 든든한 연줄을 구축하고 있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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