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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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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사람들이 3대 국수로 내세우는 게 있다. 한의, 중국화, 그리고 경극. 이중 경극은 중국인의 문화생활 가운데 가장 폭넓게 영향력을 가진 일종의 창극이다.◆1790년 청나라의 건륭황제는 자신의 80회 생일을 맞아 전국의 공연단체들을 불러들여 성대한 잔치를 벌였다. 이때 관중들로부터 절찬을 받았던 4개 단체가 북경에 그대로 머무르게 됐고 그곳 주민들의 취향과 언어, 습관에 맞도록 발전시켜 온 것이 오늘의 경극이 되었다. ◆경극은 전통적인 음악, 노래, 낭독, 춤, 서커스, 무술등이 오묘하게 융합되면서 종합예술의 경지에 이른다. 소위 창념작타가 그것이다. 서구의 무대예술이 시간과 공간을 바꿔 처리하는 대신 경극은 한 무대에서 동작과 대사만으로 이를 모두 소화해 낸다. 출연자들의 얼굴분장색만으로 각자의 인격과 지위, 성품이 모두 표현되는가 하면 손과 발의 동작 하나 하나에 모든 것이 함축된다. ◆관중들은 이러한 기본을 통해 상상으로 극의 내용을 파악한다. 오늘날도 중국인들은 「경극이 있어 세상을 살 수 있다」할 정도로 심취해 있다. 지난 90년 12월 중국정부는 이러한 경극을 새로운 예술국보로 지정했는가하면 특별지원을 결정하면서 대외문화교류의 주요 수단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경극이 사실은 월북무용가 최승희의 노력으로 체계화되었음이 최근 한 문화인에 의해 밝혀졌다. 최씨는 지난 51년 3월부터 1년동안 그곳에 체류하면서 북경희곡학원의 무용강사로 일하는 동안 경극 무용동작의 기초와 신체훈련방법을 체계적으로 정립해 그의 춤사위가 현재까지 고스란히 남아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대륙의 국보급예술에 한민족 혼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데서 문화계의 충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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