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안보회의 연기… 추측 만발/일부 “강경온건파 감정대립” 분석까지/당국자들 당혹감… 최종 입장정리 진통 한승주외무장관의 북한핵 특별사찰관련 「발언」에 따른 파문으로 표면화된 정부내 대북정책혼선이 일단 수습국면에 들어섰지만 최종 입장정리에는 적지 않은 진통이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24일 상오 열릴 예정이던 이홍구통일부총리 주재의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가 돌연 연기된 것도 외교안보팀내의 의견절충이 예상외로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또 정부로서는 특별사찰 관철에 대한 정부의 입장천명이 새로울 것은 없다고 하더라도 이번에 내부혼선의 정리를 계기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실천방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부담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정책혼선이 그 진원지인 한승주외무장관과 청와대 정종욱외교안보수석사이의 정책의견차이를 넘어선 개인적인 갈등이나 감정대립으로까지 비쳐지고 있는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장관과 정수석은 북미회담의 전제조건으로서의 특사교환철회 및 시베리아 북한벌목노동자의 귀순문제등과 이번의 특별사찰문제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외교안보정책등에 적지 않은 의견마찰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각 사안에 있어서 한장관과 정수석이 각기 상대적으로 「온건론자」와 「강경론자」로 비쳐지고 있다는 사실은 사실여부를 떠나 정책결정 구조상의 허점을 노출시키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부의 우려에 대해 정부의 중요한 정책결정에 있어서 획일적인 관점만이 제시될 경우 오히려 비생산적일 수 있다는 것이 정부내의 대체적인 시각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당국자들은 이번에 특별사찰문제와 관련된 잡음도 어디까지나 서로의 의견을 개진하는 차원에서 있을 법한 일이지 외교안보팀내의 전체적인 정책결정구조의 균열로까지 연결시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장관의 발언과 관련해서도 그 시기상의 부적절함이 지적됐을뿐 내용자체에 대해서는 정부내에 일정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지적도 이러한 설명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다만 정책결정과정에 있어서 다양한 의견의 개진 및 종합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의견개진의 방법이나 절충의 과정에 있어서 보다 신중했어야 했다는 비판은 여전히 설득력을 갖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장관이 특별사찰과 관련된 발언으로 문제를 제기한 방식이나 정수석이 이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밝힌 과정은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정책결정의 고위당국자들이 서로 의견조율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채 정책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일단 문제를 제기해 놓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국익과 관련해서도 하등 도움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정책 당국자들이 북한핵문제 해결의 전체구도를 국민들에게 충분히 납득시키지 않은채 기존의 정책에 변화를 주기 위한 방편으로 애드벌룬을 띄우는 것이라면 결과적으로 국민을 속이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특별사찰의 명칭 및 형식과 관련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 자칫하면 특별사찰을 관철시키려는 정부의 의지약화나 자신감의 결여 때문이라면 정부의 입장정리에 따르는 진통은 예상외로 장기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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