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측 검진때 주의소홀 불구 고의성 없어”/“액수 적정하다” “너무낮다”법조계반응 갈려 이 시대 「처녀막의 가치」는 5백만원에 불과한 것일까.
서울민사지법 합의15부(재판장 권남혁부장판사)는 24일 건강검진중 처녀막이 파열된 양모씨(40·미혼)가 재단법인 한국의학연구소를 상대로 낸 7천5백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병원측이 처녀막 손상여부를 사전에 주의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며 5백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병원측은 원고의 결혼여부, 성관계 유무등을 문진하고 처녀막에 손상이 가지 않는 검사방법을 모색하는 등의 주의를 게을리 했기 때문에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환자의 승낙권 침해와 의료상의 과오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도 처녀막이 손상될 가능성을 예상, 검사자에게 처녀라는 사실을 알려 피해를 예방할 수도 있었다』며 원고측에도 잘못이 있다고 인정했다.
원고 양씨는 직장에서 단체로 실시한 종합건강검진에서 자궁암 검사를 받은뒤 처녀막이 파열돼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고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지난해 10월 소송을 제기했다. 양씨는 『비록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처녀성을 목숨만큼 소중하게 여겨 왔다』고 주장, 처녀막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스러져 가고 있는 세태속에서 최초의 「처녀막 공방」을 일으켰었다.
재판부는 지난 2월부터 이 사건을 당사자간의 합의타결을 유도하는「조정」에 넘겨 여러차례 양측의 화해를 유도했으나 양씨의 완강한 소신때문에 조정에 실패했다.
재판부는 배상액을 청구액에 비해 매우 낮게 결정한데 대해 『처녀막은 격렬한 운동등에 의해서도 파열될 수 있는 것이고, 이 사건의 경우 성폭행등에 의한 것이 아니라 고의성 없는 의료사고라는 점등을 고려할 때 5백만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판결에 대한 법조계의 반응은 두가지. 지지하는 측은 『처녀막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의 사회적 해악등을 고려한 적당한 배상액』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불만을 표하는 측은 『원고가 받은 특유한 정신적 충격과 성희롱사건에 3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선고한 판결, 그리고 전통 윤리의식의 위기 등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낮은 액수』라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현상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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