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손실 1인 300만원/협력업체도 1천6백억 피해/무로무임·자율타결 최대성과 2개월여에 걸친 현대중공업의 노사분규는 노사양측 모두에 적지 않은 피해를 안겨준 채 타결됐지만 「공권력개입없는 자율타결」이라는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 현대중공업이 초대형 사업장이고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본거지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이는 향후 노사문제해결에 있어 노·사·정 무두에 이정표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율타결」이라는 선례를 하나 만드는 대가는 큰 것이었다. 24일 상공자원부와 업계등에 의하면 현대중공업은 5천억원에 가까운 매출손실과 3억3천만달러정도의 수출차질을, 종업원은 1인에 약3백만원의 임금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정부 또한 노사분규해결에 관한한 무능력한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가며 공권력개입을 자제하는 인내심을 발휘했다. 노사정 모두 톡톡한 대가를 치른 셈이다.
새로운 노사관행정착에 있어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현대중공업의 장기분규를 통해 누가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얻었는지 이제는 차분히 따져봐야 할 것 같다. 이같은 「손익계산」은 향후의 바람직한 노사관계 정립에 있어 많은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사분규가 장기화되면 양당사자인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이 이번에 다시 입증됐다. 만 2개월(61일) 동안의 파업으로 현대중공업은 경쟁업체들의 「엔고 잔치」를 구경만 해야 했다. 구3저때보다도 경기가 더 좋다는 황금기를 2개월이나 허송세월한 것이다. 파업기간의 현대중공업 매출손실액은 4천8백61억원에 이르고 있고 수출차질액과 수주차질액도 각각 3억2천7백만달러 13억5천만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는 과거의 영업상태를 기준으로 추산한 것이고 올해의 호황을 감안하면 손실액이 더 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계적인 대기업인 현대중공업으로서 더욱 뼈아픈 것은 대외신뢰도에 금이 갔다는 사실일 것이다. 장기분규를 연례행사처럼 치르고 있다는 지적은 아주 수치스러운 일이다.
약2만2천명에 달하는 종업원 또한 타격이 컸다. 정부는 파업기간에 임금을 지급해서는 안된다는 「무노동 무임금」원칙을 절대수칙으로 제시했고 사용자는 이를 우직하게 지켰다. 이 결과 7, 8월분 급여와 상여금 연말성과급등을 감안할 때 1인에 약3백만원씩의 임금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 동료간의 갈등도 보이지 않은 피해다. 정상조업 노조원과 파업강행 노조원간에 벌어진 「노·노충돌」로 1백50여명이 중경상을 입어 이로 인한 후유증이 클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파업을 통해 임금인상률 11.3%, 상여금 50%추가지급등을 끌어냈지만 노조원의 막대한 임금손실과 삼성중공업등 동종업종의 협상결과(임금인상률 12.2∼13.6%)등을 감안하면 초라한 전과다.
정부(노동당국)는 공권력개입에 의한 타율보다는 노사합의에 의한 자율에 의해 「무노동 무임금」이 지켜지도록 많은 애를 써야 했다. 그러나 최대의 사업장에서 노동정책의 「영」을 세워 타업체에 타산지석이 되도록 했다는 점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
2천14개 협력업체(종업원 4만6천6백95명)도 1천6백12억원의 매출손실을 입었다.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울산지역경제가 2개월동안 마비되다시피해 지역주민들의 피해도 많았다.
결과적으로 사용자와 노조 협력업체 지역경제가 막대한 피해를 본 가운데 「무노동 무임금」을 근간으로 한 노사자율협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손실없는 쟁의관행」의 정착이 노사정 모두의 과제로 남아 있다.【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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