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투자·수출 등 성장주도/엔고 힘입은 수출호조 “찜찜”/과소비·경기과열징후도 불길조짐 8.1%의 고도성장을 기록한 2·4분기(4∼6월) 경제성적표는 우리경제의 향후좌표에 대해 희망과 우려를 동시에 주고 있다. 잘만 꾸려가면 오랜 「허약체질」에서 벗어날 수도 있지만 자칫 잘못하다간 「고비용 거품경제」의 나락으로 영원히 빠져 들지도 모르는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는 것이다.
희망적인 것은 제조업활황과 설비투자증대, 수출호조등이 경제성장을 주도했다는 점이다. 경제발전의 축인 제조업생산은 자동차 선박 전자등 「트로이카업종」을 앞세운 중화학공업의 생산호조(13.1%)로 92년이후 처음으로 두자리수 증가율(10.2%)을 기록했다. 고사위기까지 치닫던 경공업생산도 2.9%가량 증가, 중·경공업의 양극화현상도 점차 개선되는 기미를 보였다.
설비투자도 비록 전분기(20.2%)보다는 둔화됐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선 15.4%나 늘었다. 수출도 중화학제품호조로 88년 1·4분기이후 최고수준인 17.9%나 증가, 경상수지적자폭을 크게 줄였다.
기업들이 열심히 투자해 물건을 많이 만들고 외국에 내다팔아서 경제가 불쑥불쑥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좋은 방향이다. 한국은행도 『1·4분기의 경기확장세가 2·4분기에도 그대로 이어졌다』며 설비투자와 수출이 주도한 성장내용에 대해 어느정도 흡족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경제활동의 결과가 희망적이어도 과정까지 양호한 것은 아니다. 최근의 수출호조는 국산품경쟁력이 근본적으로 나아져서가 아니라 세계경기회복의 결과, 더 엄밀히 말하면 엔고특수덕분이었다. 또 새정부출범이후 무수한 경쟁력강화방안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경쟁력제고의 열쇠인 고비용의 벽은 그 높이를 날로 더해가고 있다. 금리가 13%대로 복귀하고 인금상승률이 작년보다 4%포인트(5월말현재)가 높아진데다 땅값마저 들먹이는 상황에서 언제 끝날지 모를 엔고만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
2·4분기 경제성장의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불길한 그림자와 그 농도는 생각보다 훨씬 크고 짙다. 과소비와 경기과열이 그것이다. 김시담한은조사담당이사는 『성장률이 당초 전망(7.8%)보다 높고 물가불안이 있는게 사실이나 아직 과열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경기과열의 징후인 초과수요발생↓공급애로상황을 발견할수 없으며 따라서 하반기 경제가 예상GNP증가율 7.5% 내외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지금이 과열경기는 아니더라도 급격한 소비증대와 물가불안에서 그 징후는 발견되고 있다. 가계소비수준을 나타내는 민간소비지출증가율은 2·4분기중 7.6%. 92년 1·4분기이래 최고수준이다. 아직은 민간소비가 GNP증가율을 밑돌아 과소비로 단언할 수는 없지만 경제성장률은 전분기대비 0.8%가량 떨어졌음에도 불구, 가계소비는 0.8%포인트나 높아졌다. 특히 승용차 가전제품등 내구소비재는 고가품의 홍수속에 두자리수 증가율(12.1%)을 기록했고 오락서비스지출은 무려 26.4%나 늘었다.
이같은 소비증대는 당국의 총수요관리(긴축)와 행정력동원을 통한 물가잡기노력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비용부문의 인플레압력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경기확장에 따른 과소비경향은 확실히 물가를 크게 부추기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유윤하박사는 『과열여부는 현상태가 아니라 경기의 방향에서 결정된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소비자물가의 오름세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경기과열도 우려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흑자예산편성여부를놓고 당정간 힘겨루기에서 정부가 판정승한 사실은 정부가 사실상 현재의 경기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 실례다.
수출과 설비투자가 이끌었지만 과소비와 경기과열의 불안을 내포한 2·4분기 경제성 적은 이점에서 향후 우리경제가 「경제체질개선이냐 거품으로 회귀냐」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사점을 내포하고 있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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