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역사적배경 등 파악해야”/“명작이라고 무비판적 수용은 곤란/우리삶과 연관성 따지는 독법필요” 서양문학작품을 읽을 때는 작품을 배태한 역사적 배경, 서양인 사이에서 읽히는 맥락, 우리와의 관련성 등을 고려해야 하고 무비판적 수용은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새삼스레 제시됐다.
「창작과 비평」 가을호가 국제화 시대를 맞아 마련한 좌담회 「서양 명작소설, 지금 우리에게 무엇인가」에서는 이같은 주장이 설득력 있게 개진되었다. 좌담회에는 설준규(40·한신대 영문과), 최윤(40·서강대 불문과), 김태현교수(38·순천향대 독문과)와 성은애 성심여대 영문과강사(33) 등 젊은 외국문학 전문가 4명이 참여했다.
좌담회는 『국제화가 결국 서양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의 영향력이 지구 전체에 관철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 만큼, 서양을 우리의 삶과 연관지어 깊이 따져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전제로 시작됐다.
고전의 개념을 당대 지배 이데올로기의 산물로 보는 주장이 서양에서 이미 강하게 제기됐었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지적됐는데 김교수는 『서구문학이 곧 전세계 독자들에게 보편성을 확보한다고 할 수 없으며 문학의 보편성은 그 문학의 출생지라든가 환경을 넘어서 예술성과 진실을 내장할 때 마련된다』고 강조했다.
하디의 「테스」를 예로 든 성씨는 『시대적 배경파악 등 진지한 독법이 요구되는 소설이지만 「한 순진한 처녀가 운명의 장난으로 파멸해가는 이야기」라는 식으로 해설되고 있다』며 문학교육의 부재를 우려했다.
참석자들은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 카뮈의 「이방인」, 로렌스의 「연애하는 여인들」, 에코의 「장미의 이름」 등을 검토했는데 특히 「고리오 영감」을 사실주의 문학의 대표작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김교수는 『이 작품이 돈의 위력이나 자본주의의 초기 증세를 예리하게 파헤쳤기 때문에 평가받는다』고 설명했다. 최교수도 『소설의 주인공을 모든 인물을 지배하고 돌아다니는 돈으로 설정함으로써 당시 부르주아 사회의 주인공이었던 돈의 의미를 선구적으로 드러냈다』고 공감했다.
로렌스의 「연애하는 여인들」에 관해 성씨는 『남녀간의 애정관계를 진전시키면서 서구문명 전체에 대해 비판적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며 『로렌스가 성문제 등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을 다루는 작가로 일반인들에게 인식되는 것은 그가 생각한 현실의 역사적 의미를 간과한데서 온 오해』라고 밝혔다.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 관해서 설교수는 『방대한 문헌학적 인용을 담은 수준작』이라고 평가했으나 『역사에 대한 허무주의적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읽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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