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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타도 전단」각국 반응/미 “뭔가 있을수도…” 북 동태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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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타도 전단」각국 반응/미 “뭔가 있을수도…” 북 동태 촉각

입력
1994.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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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후계붕괴까진 안갈것”/일/“구도바꿀 「심각이상」은 없다”/중/“노선고심중… 불협화 가능성”/러 23일 평양외교단지에 반김정일전단이 뿌려졌다는 보도가 나오자 미국과 일본등 서방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도 큰 관심을 표시하면서 사실여부파악과 평양의 미세한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미국정부는 평양에 반김정일전단이 살포됐다는 한국언론보도에 대해 이 내용을 확인할만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며 예의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무부 관계자는 23일(현지시간) 『우리는 현 단계에서 김정일이 평양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어떠한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면서 『다만 우리는 북한 중앙통신이 후계체제구축과 관련해 경고한 내용을 비롯한 일련의 한국언론 보도와 향후 북한동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권력체계변화에 따른 갖가지 이설에 대해 일체의 반응을 삼가오던 미국도 다소나마 의구심을 갖기 시작한것 같다. 북한문제에 정통한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북한내 이상기류설을 한국측의 과잉반응 정도로 생각해 오던 미국관리들도 김정일의 장기공석에 대해선 의아스럽다는 얘기를 하고있다』며 『미국이 북한내부동향에 관해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고 말했다.

 역으로 국무부 관계자들이 한국측에 북한동향을 문의해 오는 일이 최근들어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미국측이 3단계 고위급회담 속개에 앞서 열릴 전문가회의를 평양에서 먼저 개최하자는 입장을 보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봐야 한다. 가능한 한 평양의 움직임을 하루속히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은 것이다.

 다만 미정부는 김정일이 장기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해서 반드시 이를 권력투쟁에 따른 이상기류라고는 보고 있지 않다. 이보다는 권력승계작업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지만 김정일의 건강에 문제가 생겨 체제구축 수순에 차질을 빚고 있는게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을 하고 있는 것 같다.【워싱턴=정진석특파원】

▷일본◁

일본정부와 이곳의 한반도문제 전문가들도 평양의 외국공관단지에 김정일타도전단이 살포됐다는 보도를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성급한 판단은 유보하고 있다.

 일본외무부 관계자는 24일 『한국신문보도를 보고 매우 놀랐다』면서 『평양에 공관을 두고 있는 국가들을 통해 사실여부를 확인중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뭐라고 얘기할 수 없다』고 공식논평을 회피했다.

 방위청의 다케사다 히데시(무정수사)방위연구소 아시아·태평양담당연구실장은 『북한망명자들의 증언에 의해 전부터 김일성·김정일체제에 반항하는 세력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알려졌으며 그같은 조직에 의해 이번 전단살포가 행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김정일의 반대세력이 김의 국가주석과 당총비서등극을 저지할만큼의 힘이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즉 반김정일세력의 대표적인 인물로 알려진 김영주는 군부기반이 없으며 오진우, 강성산, 박성철, 이종옥등은 김정일과 공동운명체여서 김정일이 반대세력에 의해 무너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사이에선 전단이 살포된 지역이 일반인으로서는 출입  불가능한 지역이어서 북한의 상층부에도 반김정일그룹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도쿄=이재무특파원】

▷중국◁

 북한외교단지 반김정일전단살포설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김정일체제가 안정적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이 당 총비서와 국가주석직을 김일성사망 한달보름이 지나도록 승계하지 않는데 대해서는 중국도 의아해 하고는 있는 것같으나 그것이 자신들의 견해를 바꾸어야 할만큼 심각한 「이상상태」로는 보지않는 것같다.

 반김정일전단건이 중국의 이같은 기존입장에 변화를 주지 않았음은 한국국회의원들을 만난 중국지도자들의 발언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2월에 북한을 방문했던 이숙쟁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주량전국인민대표대회 외사위원장등은 23일 나웅배의원등 국회외무통일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앞서 지적한 이유를 들어가며 김정일체제가 안정적임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중국공산당의 대외관계를 담당하는 전·현직 대외연락부장들인 이들은 지난19일 밤과 20일사이에 북한 평양의 외교단지내에서 반김정일전단이 뿌려진 것이 사실이라면 이를 평양주재 중국대사관의 보고를 통해 알고 있을 위치의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들이 23일의 시점에서 한국국회의원들을 상대로 김정일체제의 안정성을 재차 강조한 것은 중국이 최근 몇가지 부정적 사실의 돌출에도 불구하고 김정일체제의 출범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북경=유동희특파원】

▷러시아◁

 러시아는 김정일타도전단 살포사건을 김정일체제가 이상하다는 식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러시아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김일성―김정일부자 세습체제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과거에도 종종 있어 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현재 북한내에 반김정일세력이 조직화돼 김을 축출할 만큼 충분한 힘을 가졌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만 김일성이 사망한지 상당기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김정일이 공식적으로 주석과 노동당 총비서직에 취임하지 않고 있다는 점으로 볼 때 북한권력층내부에 불협화음이 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의 일부언론들도 김정일후계체제가 김일성생존시 철저하게 준비돼왔기 때문에 북한의 체제속성상 이 구도를 깨뜨리기는 어렵다고 보도해왔다.

 러시아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김정일체제가 얼마만큼 유지되느냐 여부는 그가 앞으로 북한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가느냐에 달려있다고 지적하면서 현재 북한 권력층내부에서 이 문제를 놓고 상당한 고민을 하고 있는것 같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김정일이 권력전면에 부상해 어떤식으로 북한 체제를 운영해나가느냐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그의 주석과 총비서취임과 관련된 권력층의 서열변화등도 향후 북한정책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있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평양 외국공관단지는 어떤곳/개방바람 우려 주민접근 봉쇄/각국공관 한곳에 모아… 중·러는 빠져

 지난 19일 밤부터 20일 새벽 사이 「김정일 타도」전단이 대량 살포된 것으로 알려진 평양의 「외국공관단지」는 어떤 곳일까.

 평양 동대원구역의 문수동 일대에 자리잡은 이곳은 북한이 외교관들에 의한 「자본주의 바람」의 침습을 우려, 감시와 통제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70년대초 건립한 「복합 외교타운」이다. 평양산원과 인접해 대학거리와 탑제거리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각국 공관 및 외교관 숙소가 함께 입주해 있다.

 평양만 하더라도 출신성분과 당성이 우수한 「선택받은 자」들만이 시내 거주가 허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특히 이곳은 이른바 「특권층」이 아니면 주위에 얼씬도 못하도록 돼 있다. 외교관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아래 북한 주민들에 대해서는 철저한 검문검색등으로 접근을 원천 봉쇄하고 있는 치외법권 지역이다.

 이번 전단 사건의 주인공이 북한 특권층내의 반김세력으로 일반주민들 보다는 외국 공관을 통해 서방세계에 모종의 메시지를 보내려 했을 것이란 분석도 이 때문에 나오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그러나 이곳이 외국인 밀집지역이라는 특성상 시설 및 관리에는 무척 신경쓰고 있어 수영장과 극장 테니스장 식당등 문화시설이 골고루 갖춰져 있으며 시설 또한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주 목요일의 휴전일도 이곳만은 예외다.

 북한은 당초 맹방 중국·러시아의 대사관 역시 이 지역에 포함시키려 했으나 양국이 여느 나라와의 「차별화」를 요구, 입주를 거부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결국 중국과 러시아는 현재 평양시내 중심부에 따로 공관을 두고 있다.【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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