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의 이념은 좋은데 정치가들이 그 이념을 실현하는 데는 실패했다』 통일 4년을 맞는 옛 동독지역 주민의 71%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독일 슈피겔지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결과 밝혀졌다. 반면에 『사회주의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체제이기 때문에 동독은 그 이념을 실현할 수 없었다』는 응답은 21%였다. 이러한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흥미로운 답변은 또 있다. 동독지역 주민의 40%는 옛 동독 공산당의 후신인 민주사회당(PDS)이 오는 10월 독일총선에서 의회에 진출하는 것을 「환영」하고 있다. 반면에 그렇게 된다면 『유감스럽다』는 사람은 32%,『아무래도 상관없다』가 26%였다. 또 사민당이나 기민당 등 기존(옛 서독의)정당이 민사당과 연정을 구성하는 데 대해 『처음부터 연정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응답이 46%, 『아무래도 상관없다』가 16%였다.
동·서독 지역 주민들의 품성에 관한 평가는 「잘난 서독인」과 「못난 동독인」의 대비를 아직도 보여준다. 서쪽 형제자매가 『소박·정직하다』고 응답한 동독주민은 8%에 불과했다. 반면에 77%가 서쪽 사람들이 『오만불손하다』고 느끼고 있다. 스스로에 대해서는 대부분 『사분사분하다』(70%)거나 『소박·정직하다』(63%)고 평가하면서도 『능력이 있다』(15%)거나 『위기를 이겨나갈 자세가 돼 있다』(26%) 등 자본주의 적응능력은 취약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흡수통일」이 자주 운위되는 요즘 이 여론조사결과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제 사회주의의 몰락을 말하는 것은 낡아도 한참 낡은 얘기가 됐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것 보라는 듯이 자본주의의 승리를 과시해도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비약이다. 적어도 독일의 자본주의는 아직은 「모든 독일인들」에게 자신의 승리를 과시할 수 없다는 것을 이 여론조사결과는 보여준다.
한국의 자본주의는 통일후 「모든 한국인들」에게 얼마나 자신감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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