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성아닌 조직적세력 존재 추정/「야심가 경고」도 실제상황에 무게/“후계체제 공식출범해도 불안정성 계속” 다각대비 서둘러 정부는 평양시내 외국공관 단지에 반김정일 전단이 대량 살포된 사실을 북한의 후계체제 공식출범에 이상이 있음을 알리는 징후로 보고 있다. 김정일체제의 공식출범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는 것이 애도분위기 연장이나 권력재편에 시간이 필요하기보다 권력승계가 여의치 못한 요인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 전단이 「사회주의 국가에 세습이란 없다」며 김정일타도를 외치고 있고 공산권 국가에 세습제도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전단살포는 북한에 반김정일세력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구체적 단서가 분명하다고 정부 관계당국은 보고 있다. 정부는 또 이 전단이 살포된 후 북한당국이 초긴장상태에 돌입한 것도 이 사건이 일과성이 아니라 조직적인 반김정일세력에 의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권력투쟁의 징후로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북한 중앙방송이 지난 21일 후계문제를 거론했을 때만 해도 그 내용으로 보아 김정일의 권력승계에 이상이 있음을 나타낸다기보다는 임박한 권력승계 절차를 앞둔 사전포석의 성격이 더 강한 것으로 분석했었다. 이와 함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경고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왔었다.
그러나 외교경로를 통해 전단살포 사실을 확인한 뒤 정부의 분석은 「이상징후」에 훨씬 더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북한 중앙방송의 음모가와 야심가에 대한 경고도 만일의 사태를 염두에 둔게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반김정일세력을 두고 나온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김정일측에서 대숙청을 앞두고 꾸민 자작극일 수도 있다는 분석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정부당국은 그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곳도 아닌 외국공관단지에 전단이 뿌려졌다는 사실부터가 그 가능성을 일축한다고 보는 것이다. 오히려 외부세계에 김정일후계체제의 불안정성과 반김정일세력의 존재를 알리려는 의도에서 장소를 일부러 외국공관단지로 택했을 것이라는게 정부의 분석이다. 또한 이 곳이 특정계층이 아니면 출입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에서 전단살포세력, 즉 반김정일세력이 북한 상층부의 인물들일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현재 북한사회에 루머가 엄청나게 나돌고 있고 국경을 넘다 잡힌 사람을 화형에 처하는가 하면 시베리아벌목공이 사할린거주 신부를 찾아와 『살려달라』고 도움을 청했다는 점등이 불안정한 북한사회의 실상을 알려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김영삼대통령이 북한사회의 불안정과 예측불가능성을 지적하며 갑작스런 통일에 대비할 것을 강조한 것도 이런 정보들을 종합, 흡수통일을 하지 않겠다는 우리의 뜻에 관계없이 북한이 돌연 붕괴할 경우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정일 타도 전단이 뿌려졌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김정일이 아직 건재해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김정일의 건강이상설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고 정부도 이에 대한 정보분석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신장 1백63㎝에 체중 83㎏인 김정일은 이로 인해 당뇨병을 앓고 있어 식이요법으로 체중을 줄이고 있다는 얘기를 중국의사로부터 전해 들었다』며 『김정일의 공식권력승계가 늦어지고 있는게 건강이상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전단살포등으로 미루어 순조로운 승계가 아직은 어렵기 때문일 가능성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같은 분석에도 불구하고 일단 김정일후계체제의 공식출범이 오는 9월9일 북한정권창건일에 즈음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훨씬 더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판단아래 북한의 현 상황판단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는 또 김정일후계체제가 출범한다 해도 북한체제 자체의 불안정성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해서도 대비책을 세워간다는 방침이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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