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키모마을/웨일스/북미최서단… 요리·댄스파티끝난 새벽 “하늘은 대낮” 아메리카대륙의 서쪽 끝에 있는 웨일스는 이누피악 원주민 1백50여명이 사는 에스키모마을. 원래 에스키모는 서쪽으로 시베리아 추코트반도로부터 동쪽으로 그린란드에 분포된 원주민 중 해안에 사는 어로종사자들만을 일컫는다. 그중에서도 웨일스와 다이오미드섬, 베링해 북쪽의 이누피악 에스키모가 얼음집 이글루로 알려진 에스키모중 진짜 에스키모라고 할 수 있다.
탐험대가 도착한 날 마을에서는 마침 며칠전 길이 15m의 고래를 잡은 것을 자축하는 전통 축제가 열렸다. 고래잡이는 얼음이 녹기 시작하는 5월부터 두달동안 벌어진다. 알래스카 주정부당국은 고래보호를 위해 매년 포획량을 할당한다. 올해 이 마을 할당량은 2마리였다.
고기를 쫓아 북상한 고래들이 숨을 쉬기 위해 개수면 위로 올라와 물을 뿜는 것을 본 날 주민들은 관공서의 문을 닫고 모두가 나선다. 장정 20∼30명이 네댓척의 조각배에 타고 나가 길목을 지키다 하푼이라는 작살을 던진다. 작살 던지기도 제한돼 있어 정해진 횟수내에 잡지 않으면 안된다.
4월30일의 첫 사냥에선 운좋게도 처음 던진 작살이 멋지게 등에 꽂혔다. 작살을 맞은 고래는 수면위에 뜬채 유빙사이에 갇히기 때문에 도망갈 염려가 없다. 장정들은 고래가 지칠 때까지 반나절을 기다리다가 얼음판 위로 끌어올린다. 이어 칼, 톱으로 분해작업에 들어가 고래는 순식간에 뼈만 남게 된다.
학교에서 열린 고래잡이축제는 각종 고래요리파티와 에스키모 댄스순으로 이어졌다. 최고인기는 양념을 전혀 하지 않은 먹턱이라는 생고기. 먹턱중에서도 가장 맛있다는 꼬리부분이 놓인 탁자앞에서는 주머니칼을 빼든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린다. 줄을 선 청년에게 『기름이 번질번질한 날고기를 무슨 맛으로 먹느냐』고 묻자 이상하다는듯 『먹턱은 최고의 음식이다. 작년엔 고래를 못 잡아 2년만에야 맛본다』며 소매로 피묻은 입가를 훔친다. 한 점 입에 넣어 봤더니 가죽같이 질긴데다 냄새가 아주 역한 기름이 흘러 이내 뱉어내고 말았다. 손에 묻은 고래기름은 사흘동안 씻어도 냄새가 없어지지 않았다.
축제는 밤이 깊어서야 끝났다. 그러나 하늘에는 환하게 해가 떠있었다. 5월들어 북극권에 찾아온 봄은 금세 사라지고 백야가 계속되는 여름이 시작된다.웨일스마을에선 새벽 2시께 해가 졌다가 2시간만에 다시 뜬다.
두툼한 원색 방한복차림으로 일제 스노모빌에 시동을 거는 에스키모들의 손에는 가족에게 줄 피묻은 생고래고기가 들려 있었다.<글·사진 박종우기자>글·사진 박종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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