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테랑,83년 잘못된정보로 나를 암살 기도”/당시 계획주도 인물도 극비문서 공개·시인/언론 관심집중속 정부측 반박곤혹 1주일전 프랑스 보안당국에 체포된 세기의 테러리스트 카를로스(일명 자칼) 사건이 전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비화되면서 프랑스를 뒤흔들고 있다. 카를로스의 이야기는 이제 언론에서도 뒷전이고 관심의 초점은 그의 변호를 맡은 자크 베르제라는 변호사에 쏠려 있다.
베르제는 지난 주말 TV에 출연, 프랑스정부가 지난 83년 잘못된 정보에 근거해 자신을 암살하려는 공작을 추진했었다고 폭로했다. 그리고 이를 직접 지시한 사람은 미테랑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베르제는 이같은 암살공작은 당시 엘리제궁 내의 반테러부대 책임자인 폴 바릴대위가 실행에 옮기려 했다고 말했다. 현재 민간인 신분인 바릴은 지난 21일 TV에 나와 베르제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때문에 베르제는 카를로스 체포와 더불어 이번 사건의 또다른 관심인물로 전면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베르제의 암살계획을 주도했다는 바릴은 TV에서 『당시 베르제는 카를로스를 포함한 국제테러조직 연결망의 핵심인물로 간주됐다』며 『그를 신속히 제거하는 것이 프랑스 반테러활동의 첫번째 목표였다』고 밝혔다. 바릴은 또 『당시 미테랑대통령과 모루아총리가 이같은 계획을 잘 알고 있었고 이를 허가했다』고 말해 베르제의 주장을 결정적으로 뒷받침했다.
바릴은 이후 로이터통신과의 회견에서도 프랑스 정부내의 극비문서를 공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확실한 물증을 제시했다. 베르제를 암호명 「베로니크」로 기술한 이 극비문서에는 베르제의 활동사항이 구체적으로 적시되는등 프랑스정보부가 그의 암살을 본격적으로 계획한 사실이 명백히 드러나있다.
바릴은 지난 83년 한 테러사건에 대한 증거조작행위가 드러나 예편되었는데 그에 대한 변호를 베르제가 맡았었다.
베르제와 바릴의 주장에 대해 엘리제궁은 논평을 거부했고 당시 보안당국의 책임자들은 이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엘리제궁 대변인은 오히려 바릴이 엘리제궁 반테러부대에서 근무한 경험조차 없다고 공박했다.
한편 프랑스언론들은 구동독비밀경찰인 슈타시의 문서를 인용, 베르제가 카를로스 조직의 공작원이었으며 82년 프랑스원전 폭파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미중앙정보국(CIA)의 비밀협조자였다고 폭로, 베르제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베르제는 물론 이같은 테러조직과의 연관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베르제는 슈타시의 문서는 익명의 편지와 같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라면서 카를로스의 변호를 맡은 자신에 대한 프랑스정부의 음모라고 반박했다.
베르제는 80년대초 카를로스의 여인이면서 독일 붉은여단의 조직원인 막달레나의 변호를 맡은 적도 있다. 그는 프랑스정부의 입장을 어렵게 하는 사건들에 대한 재판에 주로 관여해온 유명한 변호사다.
베르제가 테러조직과의 연계를 부인하자 파스콰 프랑스내무장관은 카를로스가 모든 것을 자백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를로스사건은 이제 테러리스트의 변호사와 국가의 대결로 옮겨진 느낌이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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