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갤러리 등 매장 탈바꿈/압구정 현대 연말폐관·소공동 롯데 축소 유명백화점의 화랑들이 잇달아 문을 닫는다. 일반화랑과는 또달리 중요전시회도 종종 유치하면서 미술의 대중화와 저변확대에 기여해 온 백화점 직영화랑들이 경영논리에 밀려 문을 닫거나 축소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신세계 갤러리가 지난 17일로 용도를 매장으로 바꾸었고,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의 현대아트 갤러리 또한 오는 12월말로 끝날 것으로 알려졌다. 소공동 롯데백화점의 롯데화랑은 지난 4월 전시공간을 3분의 2로 축소했고, 신촌 그레이스 백화점의 갤러리 그레이스는 개관 6개월 후인 지난해 봄 일찌감치 이벤트홀과 매장으로 탈바꿈했다.
백화점들은 백화점 내의 거의 유일한 문화공간인 화랑을 없애거나 축소하는 이유로 「화랑으로서의 입지조건이 불리하다」는 점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화랑 담당자들은 대부분 『회사가 매장이 지나치게 좁다는 등의 이유로 경영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서운함을 전하고 있다.
근래 기업마다 문화를 강조하고 기업메세나운동이 발족한 올해이지만, 이런 경향은 문화의 이상이 경영의 논리에 밀리고 있는 우울한 현실을 말해준다. 한 관계자는 『백화점 화랑에 근무하는 우리는 지난 5월까지만 해도 「백화점 화랑 연합전」을 구상하며 우리들만의 일을 찾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경제발전과 함께 문화발전을 생각치 않는 경영자측의 이런 조치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61년 개관한 신세계 갤러리를 필두로 현대아트 갤러리와 롯데화랑이 모두 10∼30년 이상 전시공간을 운영해 오면서 국내외적으로 중요한 전시회들을 열었다.
신세계 갤러리는 그 동안 이중섭 김은호 김기창 장우성 변종하 권옥연등의 개인전과 인상파화가전 등 세계적 대가들의 전시회를 열었고, 현대아트 갤러리 또한 「소련현대미술전」 「모딜리아니전」 「구상회화 재조명 시리즈전」등 의미 있는 행사들로 미술애호가들을 기쁘게 했으나 이제 그 행사들은 미술사 속에 묻히게 되었고, 전시공간은 다른 용도로 쓰이게 됐다.
물론 신세계 갤러리는 같은 그룹 내에서 운영되는 동방플라자 갤러리가 있고 또한 내년 중에 문을 여는 광주·인천의 신세계백화점에 화랑을 마련할 계획이며, 현대아트 갤러리의 무역센터점은 그대로 운영된다.
현대아트 갤러리의 무역센터점(552―2233)은 25일부터 9월23일까지 가타야마 마사히토, 기타 나오유키, 후쿠다 미란 등 젊은 작가들의 새로운 미학과 방법론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일본 현대미술의 단면전」을 열어 의욕을 보이고 있고, 롯데화랑 소공동점은 축소됐어도 잠실점은 면적이 줄어들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문을 닫거나 축소되고 있는 직영화랑들도 출발할 때는 번듯한 문화공간이었다. 따라서 미술인들은 몇년 후 도시주변의 백화점이 상업적으로 번성하기 시작할 때, 주요 지점에 있는 백화점 화랑들을 폐쇄시키거나 축소시킨 경영우선논리가 또다시 이 화랑들에게도 적용되지 않을까를 우려하고 있다.【박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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