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문제”“원칙고수” 노정간 대결 양상/「정상해결」비관 전망속 다시 직장폐쇄설 현대중공업 노사분규가 수렁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7일 회사측의 전격적인 직장폐쇄조치 철회와 협상재개로 타결국면양상을 보이던 사태가 다시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것이다.
연일 조업재개를 회망하는 조합원들과 강성조합원들이 충돌, 폭력사태가 일어나는등 최악의 노―노갈등양상이 빚어지고 있고 장기파업과 임금손실에 따른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같은 극한상황 속에서도 노사협상은 양측의 무의미한 공방만 끝없이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22일에는 노조집행부측에서 23일 이후 협상중단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오는가 하면 이에 맞선 회사측에서는 재직장폐쇄 불가피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회사측의 추정매출손실액 5천억원, 협력업체 피해액 2천억원대의 엄청난 피해를 내며 22일로 파업 60일이 된 현중사태의 해법은 과연 무엇인가.
노동부를 비롯한 노동계일각에서는 사태가 이미 정상적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의 노사분규가 처음부터 근로자의 실익증진이나 권리확대요구 등 정상적 동기에서 비롯되지 않았다고 보고있다.
현대중공업노조의 투쟁은 해마다 당해연도의 노동운동성패를 결정짓는 대표성 및 상징성을 띠어왔으며 올해는 제2노총건설과 노동법개정등을 앞두고 그 의미가 더욱 증폭됐다는 것이다. 즉 회사와 노조사이의 이해가 걸린 구체적 현안이 두드러졌다면 일찌감치 협상을 통한 해결이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말하자면 파업은 회사를 상대로한 쟁의행위라기보다는 전체 재야노동운동의 목표에 접근키위한 포괄적 수단이었던 셈이었다. 그러나 철도·지하철파업에 대한 비판적 여론, 남총련의 과격시위,김일성사망등 국내외 정세의 급변이 노조집행부의 입지를 크게 좁히는 결과를 가져옴으로써 대책없는 장기파업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현재 협상의 최대걸림돌이 되는 현안이 원래 임·단협안이 아닌 「무노동 무임금원칙 철회」와 「고소·고발취하」인 점을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상적인 노사관계의 정립과 새로운 노동운동의 변화를 꾀하는 정부의 불개입·자율타결·편법해결불가 원칙고수가 현장에서 노사양측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 요소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정부로서는 이미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일부의 「직무유기」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지켜온 원칙을 이제와서 포기할 수 없는 입장이고 노조측은 그들대로 무노동 무임금철회와 고소·고발 취하가 현집행부의 존폐와 직결되는 문제여서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외형적으로는 정부가 제시한 원칙을 지키면서 내부적으로는 다른 형태로 파업중 임금손실의 일부를 보전해줌으로써 협상을 타결지으려 했던 회사측도 노조측의 보전요구분이 수용키 힘든 수준이라고 판단, 난감한 입장이다.
노동계 관계자들은 노조집행부가 현실상황을 수용, 극적인 입장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노―노충돌과 부분조업등 파행상태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있다. 이와 함께 일부에서는 최근 강경 조합원들의 불법적 조업방해행위가 공권력 투입을 유도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전환을 꾀하려는 의도가 개재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이준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